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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방

정으로 소통하는 카톡 방

by 嘉 山 2021. 12. 13.

정으로 소통하는 카톡 방 
 
"ㅇㅇ 6회 졸업생 여러분! 6학년 때 담임 ㅇㅇㅇ 선생입니다. 초임 때 교사 시절이 제일 그립습니다. 여러분들이 너무 보고 싶고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41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했습니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여 서울 ㅇㅇ구에서 작은 교회를 맡아 목회자로 있습니다. 카톡 방에서 여러분들 가정의 애경사와 모임 소식을 잘 접하고 있습니다. 건강 잘 유지하여 여러분의 사업과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선생이 되겠습니다. 갑자기 부모님을 며칠 사이로 천국으로 보낸 ㅇㅇㅇ 목사에게 위로 드립니다." 
 
선생님은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첫 발령으로 우리 담임 선생님이 되었다. 욕심이 많아 잘 가르쳤고 우리들과 소통도 잘했다. 신앙심이 깊어 교회를 열심히 다니셨다. 교회는 사택에서 좀 멀리 떨어진 우리 동네에 있었다. 늦게까지 남아 공부할 때는 데려다 주곤 했다. 선생님은 늘 자상하고 따뜻했다. 선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영원한 스승과 함께하니 특별하다. 졸업 40주년 때 선생님을 찾았다. 건강한 데다가 눈빛이 예리하게 살아 있어서 우리와 동년배 같았다. 이제는 목회자로 사랑을 베풀고 기도하는 선생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렇듯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나이에 큰 힘이 되는 게 초등학교 동창 모임의 카톡 방이다. 우연히 만난 친구들이지만 강산이 몇 번이나 변했을 시간을 돌이켜본다. 희망을 꿈꾸게 했던 장군도 앞바다, 늘 바라보이던 산과 들, 고향의 소식에 귀 기울이며 행복을 안고 살아가는 곱디고운 친구들에게 글을 쓴다. 눈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고향 이야기, 어린 시절 추억, 부모 형제 이야기 등 정겨운 글로 하루를 시작하며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순수하고 생기발랄 했던 그 시절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가슴으로 달아주는 글들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손에 물 마를 날 없이 자식들 잘 키워 세상에 우뚝 서게 만들어 결혼시킬 땐 모두의 일인 양 기뻐했다. 부모님이 편찮으시거나 돌아가셨을 때는 남 일 같지가 않았다. 아픈 곳도 자랑하며 기쁨도 배로 나누고 슬픔도 절반으로 줄이며 소통했다. 어려움을 당한 친구가 있으면 십시일반 돕는다. 모두가 사랑했던 친구 ㅇㅇ를 떠나 보내고 한 줄의 글도 쓸 수가 없었다. 카톡방의 감초처럼 명랑하고 쾌활했던 00는 나보다 항상 남을 먼저 배려했다. 연보라빛 꽃 속에서 웃고 있던 영정 사진만 모두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일 년 넘게 카톡 방은 숨 죽이고 있었다
 
어느 날 거제도에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무나 그립고 보고 싶다. 우리 소통하며 살자. 그것이 ㅇㅇ의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정성을 다해 따뜻한 가슴으로 글을 쓰려 노력한다. 요즘 카톡 시대엔 감정의 소통보다 정보 교환이 그 중심에 있다. 인간과 인간이 교감하는 그 자리에 감정 없는 정보가 많다. 친구들에게 나이 들어가며 의기소침해지는 벽을 잘 넘어 보자고 글의 향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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