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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방

우리 가족 흰둥이

by 嘉 山 2021. 11. 17.

우리 가족 흰둥이 / 황정혜
 
남편과 아들은 허그맘 심리 검사를 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다 들춰내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방법이었다. 좋은 의도의 아빠 말도 무조건 잔소리라 생각하는 아들에게 그 결과는 최악이었다. 아빠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엄마 또한 아빠 편만 든다고 외면했다. 아들은 우울증 초기 진단을 받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며 약에 의존했다. 눈빛은 화로 이글거렸다. 내게 소원이 있다면 부자지간 화목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반기지도 않는 아들 집을 찾아다녔다. 얼굴이라도 봐야 마음이 놓였다
 
어느 날 아들보다 강아지가 먼저 달려 나왔다. 프렌치 불독인데 이름은 흰둥이라고 했다. 아는 사람이 에스엔에스(SNS)에 올린 글을 보고 찾아갔단다. 보자마자 품에 안기고 무릎에서 편안하게 잠들어 마음이 끌렸단다. 태어난 지 5개월 쯤 되었는데 세 번이나 파양되었다니 아들은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을까? 귀는 쫑긋하고 입과 코는 납작했으며 얼굴엔 주름까지 있어서 생김새가 특이했다. 불독을 키워보고 싶어서 데려왔다고 말했다
 
제 한 몸 간수도 못 하면서 좁은 원룸에서 강아지와 함께 사는 아들이 한심했다. 몸을 먼저 추스려야지 능력도 안 되면서 강아지가 웬 말인가?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좁은 공간에서 대소변 냄새를 풍기며 유난히 털이 많이 빠져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방송에서는 코로나 19가 애완동물한테서도 옮길 수 있다고 했다. 아들에게 "안 키우면 안 될까?" 물었더니 큰 위안을 받는다며 받아들이질 않았다. 이를 가는 시기라 가구들은 성한 데가 없이 흠집이 났다. 새끼를 낳게 할 것인지 중성화 수술을 시킬 것인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생리하기 전에 수술을 시켜야 한다며 전전긍긍했다. 또 예후가 좋지 않아 입원도 며칠 시켰다
 
다달이 심장사상충 약을 먹였다. 피부 알레르기가 자주 생겨 병원을 제 집 드나들듯이 했다. 호기심이 많아 사람이 없으면 온갖 말썽을 다 부리니 집은 치워도 끝이 없었다. 하루 종일 혼자 있으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애견 카페에도 보냈다. 사장님은 노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가끔 보내 주었다. 힘도 세고 사교성이 좋아 인기가 많다는 얘기에 싱글벙글이다. 강아지 유치원도 보내고 싶다고 했다. 티비(TV)에서 애완동물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예쁜 접시에 담아 안심 스테이크를 먹이고 단호박 케이크 등 강아지들을 위한 특별한 요리를 해 주는 곳이 인기란다. 개 추모관, 개 유치원,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에 편견을 갖고 있었다
 
흰둥이와 부대끼며 아들은 많이 밝아졌다. 더는 약에 의존하지 않았다. 피부염 때문에 병원엘 자주 가니 동물병원 원장이 말했다. "원래 강아지는 바깥에서 키워야 하는데 사람 욕심으로 실내에서 자라니 각종 질병이 많이 생기는 거에요. 햇볕도 받고 활동도 해야 관절도 튼튼해져요."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가 흰둥이를 잘 키워줄테니 가끔 와서 보고 가면 안 될까?" 수입보다 강아지에게 들어가는 돈이 더 많으니 고민 끝에 허락했다. 이로써 흰둥이는 내 책임이 되었다
 
키우는 법과 특징을 세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비만이 되면 위험한 체형이니 칼로리를 잘 조절해주어야 한다. 사람을 좋아하며 활달한 성격이니 자주 놀아주어야 한다. 얼굴 주름은 항상 깨끗하고 건조하게 해주고 더위와 추위에 약하므로 체온 유지에 신경써야 한다.. 짧은 호흡기 구조 때문에 다른 견종에 비해 코고는 소리가 크다. 털은 짧은데 많이 빠진다.' 특히 산책을 자주 해 주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마당 한쪽에 방을 만들어 전기 판넬을 깔았다. 히터도 달아 추위에 대비했다. 꽃밭은 놀이터가 되었다. 황토에서 노니까 피부염이 사라졌다. 밍크처럼 부드러운 털은 윤기가 흘렀다. 잘 짖지 않고 사람을 따르니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족 카톡방에 흰둥이의 소식을 공유하자 사랑을 독차지했다. 유달산 둘레길을 함께 걸으며 나무 냄새 맡느라 킁킁거린다. 개는 냄새를 맡으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반려견에게 있던 내 편견은 사라지고 아기 키우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다. 웃음과 행복을 주는 흰둥이는 우리 가족이다. 같이 잘 살자고 약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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