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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방

홀로 서는 자유

by 嘉 山 2021. 6. 7.

홀로 서는 자유 / 황정혜


인생의 괘종시계가 60번이 울렸다. 앞으로는 딸, 아내, 엄마, 며느리 역할에서 한 발짝씩 물러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온전한 한 사람의 모습으로 세상에 서게 되고  본연의 모습으로 나머지 인생을 가꿔 나가게 될 것이다. 내 삶을 온전히 바쳐 왔던 소중한 것들에서 벗어나 이제는 나 스스로가 될 것이다. 무기력하고 외로운 노인이 되게 내버려 둔다면 중요한 의무를 저버리게 되는 것이리라. 가족들도 이제는 내 삶을 찾고 거기에 충실할 것을 바라고 있다. 다른 사람들을 챙기느라 미처 돌보지 못한 나는 다소 황폐해져 있을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인생길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자신을 위한 삶이 진정한 자유라고 생각해본다.


30여 년을 남편과 빛과 그림자처럼 지냈다. 친정에 혼자 가거나 고속버스를 타 본 적도 없었다. 친구들 모임도 언제나 부부가 함께였다. 서로 의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말만 하면 무슨 일이든지 척척 해결해 주었다. 등산할 때도 여행할 때도 한발짝 뒤따르며 챙겨 주었다.. 어쩌면 익숙하게 길들여졌는지도 모른다. 아는 사람들은 남편 없이는 살지 못할 사람이라며 늘 걱정했다. 


가족의 배려로 공부를 하면서 홀로 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자신감 없이 열정을 잃어가는 자신에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젊음은 마음의 상태이지 나이의 문제가 아님을 스스로에게 각인시켰다.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시작된 학교 생활은 늦깎이 새내기들의 배려와 끈끈한 정으로 게으른 마음 속의 적을 달래며 망각의 숲을 헤쳐 나갔다. 몸은 일기예보요. 인터넷 강의의 교수님 목소리는 자장가였다. 교과서의 글자들은 수면제였다. 처음 본 시험 때는 가물거리는 기억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썼지만 머릿속에 단단히 가둘 수 없어 연필도 굴러 보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훌쩍 지난 한학기 공부한 만큼 나온 성적표 받아 들고서 아쉬움을 달랬다. "우리가 졸업장이 필요해서 학교에 오지는 않았잖아요." 하는 학우의 말에 놓아버린 정신줄 주섬주섬 챙겨서 마음 속에 꿈하나 다시 품어본다. 


일요일 도서관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속살거리는 햇살에 가로수는 지친 영혼을 싱싱하게 되돌리는 푸른힘을 발산한다. 코로나19로 열람실은 한적하다. 그 고요함 속에서 열정이란 자유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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