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의 향기 황정혜
탈탈 털어 쫙쫙 펴서 널어라.
할머니의 잔소리가 빨랫줄에 걸린다.
튼실한 간짓대로 중심 잡고 늘어선
긴 줄에 겨울이 널린다.
이불 빨래하는 날
방망이질 소리 요란하다.
시집살이의 고단함도 설움도 다
날려 보내는 엄마의 미소가 환하다.
풀 먹은 홑창은 살랑거리는 햇살에
몸을 맡기고
빨랫줄은 힘들어 흐느적거린다.
겨울 볕이 유난히 뽀얗다.
풀냄새 향긋한 포근한 이불은 어른들의 사랑이었다.
우리 집 빨랫줄은 여섯 줄
아침부터 아이들의 물총놀이, 뜀박질 소리 요란하다.
구멍 난 바지에는 자라는 기쁨이 있고
운동장에 뿌려놓은 에너지는 빨랫감에 가득하다.
수박 한 통 나누며 흘리던 분홍빛 웃음도
앞자락을 적신다.
널린 빨래는 나풀나풀 신이 나 있고
지나는 바람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멀리멀리 날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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