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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방

빨래의 향기

by 嘉 山 2021. 6. 23.

빨래의  향기      황정혜

 

탈탈 털어 쫙쫙 펴서 널어라.

할머니의 잔소리가 빨랫줄에 걸린다.

튼실한 간짓대로 중심 잡고 늘어선

긴 줄에 겨울이 널린다.

 

이불 빨래하는 날

방망이질 소리 요란하다.

시집살이의 고단함도 설움도 다

날려 보내는 엄마의 미소가 환하다.

 

풀 먹은 홑창은 살랑거리는 햇살에

몸을 맡기고

빨랫줄은 힘들어 흐느적거린다.

겨울 볕이 유난히 뽀얗다.

풀냄새 향긋한 포근한 이불은 어른들의 사랑이었다.

 

우리 집 빨랫줄은 여섯 줄

아침부터 아이들의 물총놀이, 뜀박질 소리 요란하다.

구멍 난 바지에는 자라는 기쁨이 있고

운동장에 뿌려놓은 에너지는 빨랫감에 가득하다.

수박 한 통 나누며 흘리던 분홍빛 웃음도

앞자락을 적신다.

널린 빨래는 나풀나풀 신이 나 있고

지나는 바람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멀리멀리 날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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