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을 넘어서 / 황정혜
50세가 되면서 남편과 산악회에 가입했다. 그 곳에서 그녀를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행운이었다. 함께 걸으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 중 하나는 여행 정보였다. 공무원인 그는 휴가를 한꺼번에 모아서 여행을 간다고 했다. 쇼핑을 하지 않으면 큰 돈이 들지 않는단다. 다른 데 쓸 돈을 모아서 그 목적으로 저축을 하니 알뜰했다. 차마고도, 안나푸르나, 히말라야 트레킹 등 나중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도 간다고 했다. 내게는 꿈 같은 얘기였다.
그동안 부모, 형제, 자식들 돌보느라 우리를 위한 삶은 생각해 보지 못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녀가 몹시 부러웠다. 다른 사람을 보고 부러워한다는 것은 내게도 숨겨진 욕망이 있기 때문이리라. 남편에게 나도 가고 싶다고 했다. 대목 장사가 끝나면 우리에겐 조금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추석이 지나면 가기로 목표가 정해졌다. 가게가 끝나고 밤늦게라도 유달산 일주도로를 걸었다. 산악회도 열심히 따라 다니며 쉬는 날은 월출산도 오르내렸다. 더이상 고된 가게 일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옥룡설산이 우리의 첫 여행지였다. 은색의 용이 춤을 추는 모습과 비슷하고 1년 내내 눈이 녹지 않는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5100m에 적응하고 고지에 오르기 위해 3670m 전죽림까지 마부가 몰아 주는 말을 타고 이동했다.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귀한 약초들은 신기했고 지천에 펼쳐진 야생화는 아름다웠다. 설산과 빙하 안개구름의 조화는 변화무쌍했다. 고지에 올라 기쁨을 만끽했다. 여기까지 오다니 꿈만 같았다.
다음 날은 리장 고성에 있는 흑룡담에서 바라보이는 옥룡설산을 보았다. 중국 최고로 아름다운 풍경이란다. 중국의 자연빙하 박물관이라 불리는 옥룡설산은 빙하의 모든 형태가 있다고 했다. 양쯔강의 상류인 진사강을 사이에 두고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이름난 호도협 차마고도 옛길이다. 지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험하기로 유명하다.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이 오가던 길이다. 역사 책에서 배운 그 유명한 실크로드라고 했다.
여행은 희망이었다. 또 가고 싶은 곳을 꿈꾸며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안나푸르나, 히말라야등 매년 한두 번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루에 10시간에서 15시간 걷는 백두대간 종주도 2년여에 걸쳐 끝냈다. 부러움 때문에 나의 50대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았다. 부러움 뒤에 가려졌던 진실한 소망과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애썼다.
남을 부러워하기만 하고 멈췄다면 무의미한 삶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엇에 만족하고 무엇이 불만족스러운지 깨닫고 변화의 가능성을 열었기에 온전한 나로 살게 되었을 것이다. 여행은 잠들어 있는 내 능력을 깨우는 좋은것이었다.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하다. 이렇게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 모른다. 그녀가 말했던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남편과 함께 걷고 싶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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