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약속 / 황정혜
한가위 보름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며 따라붙는 별 하나와 도란도란 다정하다.
엄마 나 잘살고 있는 것 맞지? "시부모님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거라. 그래 우리 딸 잘하고 있단다."
사랑에 눈이 멀어 시집간 하나뿐인 딸이 당신과 닮은 길을 걷는다며 평생을 가슴에 담고 사는 사람,
유난히 맑고 환한 달을 바라보며 엄마를 생각한다.
'엄마' 하고 부르면 가슴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그 무엇과도 같다.
눈물이 가려 더 깊이 들어갈 수 없고 가슴벅찬 그 무언가에 가로막히고 그립고 그리워서
그 존재의 끝에 다다를 수 없는 엄마라는 이름,
나 잘하고 살게 걱정하지 마요.
나는 강씨 집안의 맏며느리다.
장남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맏며느리 역할은 중요하다.
시동생들이 초등학생일 때 시집 왔다.
이젠 흰머리가 희끗희끗 성인병을 같이 앓아가는 나이가 되었다.
형수님! 형님! 부르는 소리가 정겹다.
대목장사가 끝나면 밤새워 음식을 장만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집은 추석날 아침에 차례를 지낸다.
오늘도 멀리 사는 첫째 동서 내외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장성한 아들 셋을 앞세우고 위풍당당하다.
동서는 딸이 없는 사람이 제일 불쌍하다 말하지만 내 눈에는 흡족하고 흐뭇하다. 오자마자 밤새 어질러 놓은 설거지통으로 달려든다.
손이 빠르고 정갈하니 금세 부엌이 환해진다.
"형님 일이 갈수록 많아지니 걱정이에요."
아니야 동서 그런 말 하지마 난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거야.
막내 동서 내외도 딸 둘, 아들, 진돗개 이리까지 데리고 싱글벙글하다.
시동생은 정장으로 말끔히 차려입어 멋지다.
기미상궁이라며 이것저것 집어먹기 시작한다. 그
모습이 어른인데도 귀엽다.
뇌리의 시계가 시동생들의 어린 시절에 멈춰있나 보다.
시부모님을 가장 잘 챙기는 셋째 동서 내외는 아버님댁에 들러서 두 분을 모시고 왔다.
어머님은 심장판막 재수수술을 받으신 후 많이 회복 되어 간다.
가끔 보는 조카들은 예쁘게 쑥쑥 자란다.
작은아버님댁까지 오시니 집이 좁게 느껴진다.
예전엔 차례가 끝나면 서둘러 익산에 있는 선산으로 성묘를 갔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다음에 몇 사람만 가기로 했다.
4대가 함께 모인 자리, 들러 앉아 얘기꽃을 피운다.
사회초년생인 조카들에게 유머가 풍부한 막내 시동생의 능변이 시작된다.
고객을 위한 확실한 맞춤형 서비스 고객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가짐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사실은 며칠 동안 형님 힘들다며 새벽마다 가게 일을 도와주었다.
얼마나 애쓰는지 알 것 같았다
.
평소에 내가 가장 강조하는 큰 재산은 형제간의 우애이다.
이렇게 우애할 수 있는 것을 착하고 예쁜 마음을 지닌 동서들 내외 덕분이다.
풍성한 추석 명절에 가족들의 깊은 정을 느낀 화기애애함에 행복하다.
한가위 보름달도 둥근미소를 환하게 보내며 서쪽 나라로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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