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아빠)를 이기리라 / 황정혜
소나기 퍼 붓듯 쏟아내는 아빠의 잔소리에 아들은 독립을 선언 했다.
많은 딸 속에서 강하게 키운다는 명분으로 어려서부터 꾸중을 많이 들었다.
남편은 "열심히 온 힘을 다하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기준은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는 자신이었다.
나도 그 말이 지겹고 싫은데 아들은 오죽하랴? 우리 가족 중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군 제대 후 가게에 합류한 아들은 내가 보기에는 열심히 일했다.
아들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본인은 그게 잔소리인 줄 몰랐다.
주위의 권유로 심리상담도 받았다.
"아들의 성향은 사교적이며 우호적이다.
외향적 감각형이며 사람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성향이다.
풍부한 감성으로 임기응변이 뛰어나다.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 진다." 는 등 아빠와는 많이 달랐다.
가장 깊은 곳 아픈 상처까지 헤집어 내는 심리 상담은 두 사람의 관계를 더 악화시켰다.
자신은 변하지 않고 상대방이 달라지기를 바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들은 아빠라는 큰 벽에 부딪혀 힘들어 했다.
엄마도 방관자라며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오랜 시간 고뇌하던 아들은 "아빠를 이기리라, 절대 고개 숙이지 않으리라." 말했다.
힘들어도 고정된 수입이 있는 직장을 다니며 보험 설계사, 웅진코웨이 제품 판매까지 삼발이가 되었다.
젊은 혈기로 개성도 희망도 없이 오로지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밥은먹고 다니냐고 물으니 밥먹을 시간도 없단다. 결혼은 능력이 안되니 안 한다고 했다.
아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안타깝기만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아이들의 사고도 능력도 사회현실도 기성세대와는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바뀔 생각도 없고 변화하는 그 자체가 불편한지도 모른다.
자기 자식일은 눈을 부릅뜨지만 정작 자식들에게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다.
헬 조선, 금수저, 흙수저를 논하는 청년들의 미래는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도 사라지고 있다.
금수저로 대표되는 서열 사회를 느끼는 것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져 간다.
회사 끝나고 가게 청소를 도와줄 테니 아르바이트비를 주란다.
자동차보험료을 내고 사람들을 사귀려고 동호회도 가입했더니 돈이 궁하단다.
이러다 우리 아들은 문어발이 되리라.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을 깨뜨리고 나오려고 껍질 안에서 쪼면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말한다.
알을 깨고 나오는 아들이 아빠의 잔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는 날을 기다린다.
꼰대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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