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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방

할매의 탄생을 읽고

by 嘉 山 2020. 8. 21.

 

할매의 탄생을 읽고.(최현숙)

 

제목:죽으면 썩어질 손 놀리면 뭐하냐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내가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보니 이제야 철이 들어간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아버지,엄마를 이해하지 못 했고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견뎌내야만 했던 고난의 순간에서 힘들어 하시던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철부지 마냥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 해드리지 못 했다.

할머니와 함께 살며 듣고 자란 이야기와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이야기를 참고하여 내가 겪어보지 않은 세상의 이야기를 가슴 속에 품어 간직할 수 있었다.

할매라는 공감 어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같기에 가장 글쓰기에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은 우록리 할머니들의 고난의 세월을 어떻게 자신과 주변 삶과 세상을 버텨왔는가.그 힘은 무엇이었는가 에 대해 쓴 글이다읽는 내내 그들의 삶이 거룩하고 숭고하게 느껴졌다.

첫 번째 할머니는 조순이 대촌 댁인데 식구도 많고 빚도 많은 시집에서 시어머니의 친정 식구들까지 같이 지내며 줏대 없이 작아지기만 한 시아버지에 반들반들 꾸미고 배짱 좋게 빚내러 다니는 시어미니를 모시고 살면서 아끼며 빚 안지고 살아가려 애쓰셨던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가슴을 적시었다.

겨울이면 얼음 깨서 빨래하고 먼 길 물 이어 나르고 아이 낳고 일주일 만에 나가서 모 심으러 다니며 억척 같이 살아도 도움이 되지 않는 시어머니가 미웠지만 내가 시어머니 되어보니 그 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지집 한테 늘 지고 산다꼬 저것도 지집이라고 달고 사냐고 만날 그랬다.시어머니는 아들 보고 만날 날 쫓아내라 했지만 나는 들으면서 니는 쫒가라 캐도 내는 산다. ”요런 맘이 들데에내 악착 같이 살아야지시어머니가 욕해도기양 살아야지

요즘 세상 같으면 하루도 안 삽니다그래도난 살아야지하는 마음으로 버텄어예!밉고 바람 피우는 남편도 자식 낳아 놨는데 뭐 우얄끼고끝장낼 거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게 머리 쓰는 기라.

지 학교 보낼라고 내가 남의 밭 기어다닌 기를 하나도 몰라주고해 준 게 뭐 있노?’이러니 어찌나 슬픈지오매는 했는기 뭐 있노?“

그카고 내 그 소리 들으니 눈물이 으찌 나는지(중략) “내가 하나도 안 한 게 아이라예 한다고 한 게 그것뿐인 거라 예,다글다글 긁어 모은 게 그것 밖에 안 된 거라예.”

열심히 잘 견뎌낸 삶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사로 잡는다.

저 아래 저저번 달에 돌아가신 할매는 팔십서이 올개 너이다.

 

개띠 그 할매도 고생 마이 했다.아이가,영감 죽어 뿌고 나니 아들 죽고 헛헛하이 하고 신경을 마이 써 가지고,그게 마 치매로 아가지고

그카다가 자슥들이 요양원 갖다 옇다가 우예 됐는가 금시 죽어 뿌겄다.

캐 여서는 그래도 만날 밥도 맛있다 뭐도 맛있다.

 

그캤거든예 여 이실적만 해도 자기 손으로 밥해 묵고,뭐 집구석 어질어 놨거나 말거나 이래 해놓고 살아도 정신없이 대기어 살아도 그캤는데 거가이 죽어뿟다 카네 내도 거그나 안 가고 죽어야 할긴데 우리가 미누리 할 때는 그래도 어른을 집에 모시가 죽을 때꺼정 집에서 똥 오줌 받아내고 안 했능고?

 

요새는 전부 갖다 옇고 그 때만 해도 잘했는택이지 그게 법이라 다들 거랬는기라”“.

세상은 어느 순간 바뀌었다.누구를 위한 요양병원인지,요양원이지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 속에 그렇게는 돌아가시고 싶지 않은 희망과 기대와 요양원 가서 죽어야만 하는 복잡다단한 심리의 묘사가 세태풍속을 잘 말해준다.

 

두 번째 할머니는 유옥란 안동댁이다.

나 살아온거마 좋지도 나쁘지도 안하지 뭐 내 살아온 거는 하늘이나 알까 땅이나 알까 몰라예 예덟 살에 오매 죽고...

문지방 기 넘어 당길만 하면 죽고 죽고 해서 새엄마가 낳은 동생들도 다 죽어 뿟어예 논 닷마지기 팔아 한센병 걸린 새오매 갖다 옇고 남은 그 돈은 우리 사촌 송아지를 사줬어예 우리 맏아부지네가 참 가난했어라.

그 황소를 볼 때마다 저 황소는 우리 아부지 거라 생각했는데도 그래 살아도 모르고 여서는 농사만 지으면 입 밖에 몬산다.자식들 밥 안 굶기고 먹이는 거 밖에 몬한다 카이 원캉 골짜구여가 농사도 별라없다 카이 콩 농사를 많이 지어가 메주 끼리가 팔기도 하고 주기도 하고마 내 이래 죽으면 마음에 걸리는 게 딱하나 있다.

영감 전처 딸들이다.내 속으로 났으마 쥐어 뜯고 싸워도 다부 돌아서는건데 내 속에서 나온 게 아니가 안 보믄마 끝인가 우아 한다.

우예겠노.계모 밑에서 자랐기에 전처 딸들의 속내를 더 이해하고 가엾게 생각하며 평생 가슴 속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 사셨을 유옥란 할머니이런 할머니의 멍울진 한을 느낄 수 있었다.

 

세 번 째 할머니는 이태경 각골댁 할머니,글씨는 머리로 안 드가고 베짜는 기만 머리를 드가고 할매는 아주 못 하는 게 없고 마 글도 좋고 그래가 할마이가 명지를 짜매시로 국문을 써가지고 돌들 말아가 이거를 비라카데 그래 인자 국문을 배우는데 그거 머리에 안 들어가더라 카이 명지 짜고 베 짜고 하는 거를 갈치면서 글자도 갈쳤는데 글자는 안 드가고 베 짜는 거만 마이 짜놨어.

그 때 비었으마 지금 한글 빈다고 이래 고상은 안 할텐데 말이다 사는 동안도 이래 깜깜이로 안 살지 하하하 시집 이라고 오이게네 시동상 하나에 호미 한 개만 있더라 카이 시동상 집지어 살림 내주고 시아버님 시조모꺼정 다 모시게 된거라

시조모 삼년상을 지내는데 빈소를 저 우에 제 실에 모시놓고 아츰 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밥을 떠다 올리고 옷도 마 상복을 입는 거라 일제 치하에서 농사지은 거다 빼앗기고 놋그릇 같은 거고 다 뺏기고 육이오 사변 때는 그 빨갱이들이 쳐들어와 피난을 가고 한 동네서도 끌려가 죽은 사람이 많았다.

배 꺼진다고 노는 걸 말리는 시대를 겪은 할머니는 양식을 짚두지에 채우가 놓으마 안 묵어도 배가 부르지에 하시며 함박웃음을 보낸다.

 

네 번째 할머니는 김효실 할머니이다.

나는 담배 따는 기계였지만 이젠 편케 생각한다시집 오기 전 담배 농사를 징글징글하게 지었는데 우리 집도 계모고 그 집도 계모인 남편을 만나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서 부모에게 잘하고 형제들에게도 잘 했지만 계모로 인해 형제 간의 우애를 못 한 게 평생 한이라 죽은 부모는 내 속으로 혼자 풀어야 되는 기고 살았는 동생들이랑은 같이 풀고 잘 지내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세월이 언제 가버린 건지,기가 막힐 노릇이지.

그래 이자는 기막힐 노릇이라고 생각 안하고 이기 내 길이라 편하게 생각하고 살려고 잊어뿔라고 잊어뿔어야 산다 카이 참 한 많은 삶을 사신 할머니 같아 마음이 짠했다.

 

다섯 번째 할머니는 창녕댁 곽판이 할머니이다.

죽은 사람은 죽어도 산 사람은 모를 숨궈냐 하는 거라 우리 클 때는 여자는 놀러 댕기마 안 되다 카이 담벼락에 자루 걸어놓은 것처럼 말끔해야 된다.

 

오빠도 무섭고 오매도 엄하고 무섭고 아부지가 글도 좋고 점잖고 어무이는 딸들은 아무케나 크면 안 된다고 배울 거는 다 배워야 된다 케서 엄하게 키웠지 난리가 나도 밭 갈고 김 매고 안 될 때 너무 기운 빠지지 말고 잘 된다고 너무 좋아해도 안 되고 나는 지사도 하지 마라 칸다.

 

나 죽으면 제사도 농사도 끝이라 카이 저번에 동네 할마이 하나가 요양원 드가가 바로 죽었는데 정신 오락가락 카믄 어떻고 치매 좀 걸리마 어떻노?

 

마실에 그대로 혼자 살았어도 그렇게는 안 갔다 내는 그렇게 요양원에서 안 죽고 싶다.집에서 죽고 싶다.

내내 살던 여 마실서 죽고 싶다 카이.이것은 모든 사람들의 소망일 것이다.

 

 

여섯 번째 할머니는 수점댁 임혜순 할머니이다.

허리 주저앉으면 맘도 주저 앉는기라 몸도 마이 아프고 맴도 내 맴이 아이고 글타 카이 허리도 다 곯아 뿌고 내가 을매나 마이 아픈등......촌에 사는 사람들 참 불상타 카이 고생 억수로 많다 여자들 고생이 더 많아예.

 

남의집 남의 동네 시집 와 가 낯설고 말 설운 데 와 가 그래 일을 마이하이 몸이 다 망가지는 기라

도시에서 늙는거랑 촌에서 늙는거는 아주 다를 거라예 누에치기아 명주짜기,삼베 농사와 베짜기 목화에서 무명천 만들기,겨울 솜옷 빨아 손질하기,담배 농사,보리 농사,엿기름 만들기 콩 농사와 콩 털어 고르기,메주 만들기 등등 농촌 사람들의 노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느낀점:

어려서부터 성과가 나지 않으면 과정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 속에서 살다보니 성공한 사람,부자들이 대우 받는 사회가 되었다.

존재 자체로 존중 받을 수 있는 세상,가난 속에서 삶을 지탱하며 버텨낸 일제의 억압과6.25전쟁을 겪으면서도 후세들에게 정신적인 자양분이 된 세상을 열심히 살아낸 할매들의 구술사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가난과 함께 어린 자식들,형제들 잃고 척박한 땅에서 평생을 바친 세월이었다.

이들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큰 고통을 겪으면서도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희생하며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동화되어 버린 삶 무엇이 할매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음에도 자신의 복된 삶은 포기한 채 기를 쓰고 가부장제를 이어온 힘은 여성의 희생과 억압된 윤리의식이었다.

여성의 노동을 여성적인 것,여성이 해야 마땅한 것,가사 노동,자녀 양육 등 나성과 동등한 임금을 받고 같은 노동에 종사한 우록리 할머니들의 삶,배움의 기회조차 배제된 채 억압된 할매들의 삶을 마주하며 지난 과거와 가부장적 시스템의 균열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성들의 권위는 불안정하다.

그들이 시어머니가 되는 동안 사회는 더 빠르게 변했다.사회 전체가 대가족 중심에서 핵가족화 되어가고 농촌의 고령화는 도시보다 더 빠르게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말로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할매들의 기막힌 삶의 이야기는 인간과 역사를 연결시켜 인생의 굴레에서 자아의 발견과 자아성찰을 통해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타인의 삶도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죽으면 썩어질 손 놀리면 뭐하냐흙은 정직하단다내가 노력한 만큼 되돌려 준다고 늘 말씀하셨다평생을 흙과 더불어 사시다가 고구마밭 이랑 닮은 등과 허리는 펴지지가 않았다.

멍석 같이 거친 손에 손톱은 흙물이 들었다가려운 등 긁어 주시며시원하지?”미소 짓던 따스한 마음은 순간순간 힘든 시기에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다.

 

임종을 앞둔 할머니는 편안해 보였다.

그 멍석 같이 거칠었던 손도 보드라웠다.

그 손을 부여잡고 한없이 울었다.

기나긴 세월 늘 그리워하며 살았는데 우록리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우리 할머니를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

고난을 겪은 사람들의 누구도 가질 수 없는 힘은 가장 힘들고 가장 어렵고 가장 어두운 곳을 직시하며 잘 견뎠다잘 살았다.는 말로 표현해본다.

이분들의 삶은 후세들에게 정신적 자양분이 되었다.

나의 자서전 집필과정에 아이디어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자서전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버리게 되었다.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슬픈 일,기쁜 일,실패했던 일을 고백함으로서 현재의 삶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고 미래의 삶에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좋은 글쓰기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 꺼내 놓을 용기와 내 스스로의 삶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를 성찰하고 글로 옮기면서 보람도 찾게 될 것이다담담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할매들의 진솔함을 읽으며 하루하루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으며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어느 날 문득 쉼 없이 달려온 길을 뒤돌아보았다.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떼어두고 장사할 수 없다고 남편과 많이 다투었다5년만 도와 달라고 사정했다.약속한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 버렸다.처음 내디딘 길이 평생의 길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앞만 보고 내달렸다.

좋은 고기를 드려도 항상 맛이 없다고 하는 사람,남편이 생일이라고 끓여준 쇠고기 미역국을 돼지고기를 주었다며 내 머리에 쏟아버린 사람,너무 까칠하게 구는 사람들 때문에 시장에서 장사 한다는 게 만만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또렷하게 느꼈다.

힐끔힐끔 곁눈질에 더 쉬워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1일과6일은 우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비육이 잘된 소를 고르는 조건은 귀에 붙어 있는 개체번호를 보고 어미 소,할미 소까지 등급이 잘 나왔는지 확인한다.비육이 끝난 소는 똥을 되직하게 싼다는 것도 중요하다.

윤기 흐르는 모지방 속에 고운 속 털이 올라왔는지 눈망울은 맑고 또렷한지,나이 먹은 소는 눈망울이 흐리멍덩하다.뿔목에는 나이테가 있어서 소의 나이를 가늠한다.너무 어리거나 나이를 많이 먹어도 고기가 맛이 없다.

새끼 두 배 또는 세 배를 낳은 소의 고기를 사람들이 좋아한다치아로도 나이를 알 수 있다.엉덩이가 넓고 키가 크고 기장이 길고 흉머리가 녹아 흘러내린 듯 하며 안심부위와 앞다리 쪽이 꽉 찬 느낌의 소가 정육함량이 높다.

그래서 좋은 한우 암소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차지고 쫄깃쫄깃한 생고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일찍 오신다.육회는 채를 썰고 생고기로 드실 분들은 납작납작 썰어 드린다.구이용으로 파는 갈비살,살치살,안창살,토시살,치마살,업진살,낙엽살,꽃등심,채끝,안심 부위는 육질이 부드러우며 감칠맛이 있고 살빛이 비단결처럼 곱다.

한우 암소 사골과 우족 꼬리 양지를 고아서 만든 곰국 또한 소문이 자자하다.

좋은 고기 드실 분들이 찾아오시는 우리 가게는 친절과 신뢰를 최고로 여기며 손님들께 정성을 다한다.

신용을 얻는 일이 큰 자산이라 생각한다.

장사는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일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백세시대 언제까지 시장에서 장사하게 될는지 모르지만 방송대 공부를 하면서 책상 앞에 앉으면 인터넷 강의의 교수님 목소리는 자장가요.

교과서의 글자들은 수면제였다.남은 생은 내 마음을 정화하는 행복한 글쓰기를 하면서 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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