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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공부를 하려는 이유 / 황정혜 |
나이 들어 갈수록 자신감과 열정을 잃어간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지리산 무박종주에 나섰다. 새벽의 찬 기운을 느끼며 도착한 성삼재는 짙은 어둠속에 있었다. 힘이 고갈되기 전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 걸음이라도 더 열심히 걸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다리가 후들후들거렸다.
지리산은 골이 깊어 산세가 아름답다. 한 폭의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연초록 물결과 풀꽃들의 향기에 기분이 상쾌했다. 고사목과 아름드리 자라나는 주목들에 눈길을 빼앗긴다.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에 오르니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 기암괴석과 푸르름이 다 내 것인 양, 발품을 팔아 누리는 이 기쁨이 한없이 크다. 그래서 행복은 노력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진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삶에 최선을 다하는 남편과 앞만 보고 질주하며 쉴 새 없이 살았다. 새벽밥 해서 먹이고 도시락 여덟, 아홉개 싸던 시절도 있었다. 어린 시동생들을 가르쳐서 결혼도 시키고 자식들도 많이 자랐다. 이제 쉬어가면서 일 하라고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다. 일요일에 가게를 쉬기로 결정하고 산행을 하기 시작했다.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을 비롯한 전국의 이름있는 산과 백두대간 종주까지, 고산병을 이겨내며 안나푸르나와 , 히말라야 트레킹도 다녀왔다. 루크라행 경비행기에서 히말라야 설산의 웅장한 파노라마를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정상을 향해 도전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광활한 대자연의 품속에서 호기심과 설렘으로 15박 16일을 걸었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다리에 쥐가 내려 고생도 많았다. 트레킹 코스의 마지막인 칼라파타르(5550미터) 쿵부 빙하의 장엄한 경관에 그간의 고생이 눈녹 듯 사라졌다. 여태까지 누려보지 못한 삶의 기쁨을 맛 보았다. 산을 다녀오면 느낌과 즐거운 마음을 밤을 새워가며 글로 표현했다. 글쓰는 내내 마음이 정화되는 듯 너무나 행복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 내 자신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에게 글쓰기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시켰다며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등록시켜 주었다. 시장에서 늦게까지 장사하고 들어와 책상 앞에 앉으면 인터넷 강의의 교수님 목소리는 자장가요. 교과서의 글자들은 수면제였다. 배울수록 글쓰기가 어려워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평생교육원 이훈 교수님께서 기초부터 꼼꼼히 다루어 주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첫 시간에 글이 엉터리라며 호되게 혼이 났지만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더 큰 기쁨이었다. 남은 생은 내 마음을 정화하는 행복한 글쓰기를 하면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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