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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방

장사는 사람을 얻는 것이다.

by 嘉 山 2020. 6. 25.

비릿비릿한 냄새와 시끌벅적한 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떡집의 콩고물 냄새가 구수하다. 서로의 하루를 격려하는 인사 속에 바쁜 손길을 놀리는 시장 사람들, 내 하루를 알차게 채워 줄 시장 한 켠의 작은 공간 ㅇㄹ 식육점, 한우 암소전문점이다. 오늘도 거울을 보며 아, 에, 이, 오, 우, 소리를 내고 웃어 본다. " 웃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가게 문을 열지 말아라 " 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산 지 30년이 되었다.

어느 날 문득 쉼 없이 달려온 길을 뒤돌아보았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떼어두고 장사 할 수 없다고 남편과 많이 다투었다. 5년만 도와 달라고 사정했다. 약속한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버렸다."아직까지 하고 계세요?"멀리 이사 갔다 오시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처음 내디딘 길이 평생의 길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하고 앞만 보고 내달렸다. 좋은고기를 드려도 항상 맛이 없다고 하는 사람, 남편이 생일이라며 끓여준 쇠고기 미역국을 돼지고기를 주었다며 내 머리에 쏟아버리는 사람, 너무 까칠하게 구는 사람들 때문에 시장에서 장사 한다는 게 만만하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또렷하게 느꼈다 . 힐끔힐끔 곁눈질에 더 쉬워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1일과 6일은 우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남편은 꼼꼼한 성격에 눈썰미가 좋아 소를 잘 고른다. 비육이 잘 된 소를 고르는 조건은 귀에 붙어 있는 개체번호를 보고 어미소 할미소까지 등급이 잘 나왔던 종자였는지 확인한다. 비육이 끝난 소는 똥을 되직하게 싼다는 것도 중요하다. 윤기 흐르는 모지방 속에 고운 속털이 올라 왔는지 눈망울은 맑고 또렷한지, 나이 먹은 소는 눈망울이 흐리멍덩 하다고 했다. 뿔목에는 나이테가 있어서 소의 나이를 가늠한다 . 너무 어리거나 나이를 많이 먹어도 고기가 맛이 없다고 했다. 새끼 두 배 또는 세 배를 낳은 소의 고기를 사람들이 좋아한다. 손으로 만져보고 살 수 있었던 시절에는 치아로도 나이를 알 수 있었다. 엉덩이가 넓고 키가 크고 기장이 길고 흉머리가 녹아 흘러내린 듯 하며 안심부위와 앞다리쪽이 꽉 찬 느낌의 정육의 함량이 높다. 그래서 좋은 한우 암소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구매한 소를 도축장에 갖다 주면 도축 후 반으로 나뉘어져 우리 가게로 배달된다. 뼈와 살을 발굴 전문가가 분리해 주시면 지방을 제거하고 부위별로 잘 파는 일이 나의 몫이다. 엉덩이살과 앞다리살이 생고기로 들어오는 데 사후 강직이 진행되는 과정이라 근육이 꿈틀거려 깜짝 놀랄 때도 있다. 차지고 쫄깃쫄깃한 생고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일찍 오신다. 육회는 채를 썰고 생고기로 드실 분들은 납작 납작 썰어 드린다. 구이용으로 파는 갈비살, 살치살, 안창살, 토시살, 치마살, 업진살, 낙엽살, 꽃등심, 채끝 안심 부위는 육질이 부드러우며 감칠맛이 있고 살빛이 비단결처럼 곱다.

쇠고기는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다. 면역력을 키워주며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콜라겐을 보급하고 뼈를 단단하게 한다. 우울증을 예방하고 신경을 안정 시켜준다.. 고밀도 (H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높여 준다. 하지만 비타민이 적고 산성식품이기에 채소류와 곁들여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급 포화지방산이 많은 쇠고기는 필수지방산이 많은 참기름을 곁들여 먹는 것이 소화흡수에 도움이 되고 영양상 조화를 이루는 방법이다. 고기 손질을 너무나 깔끔하게 하니까 남편은 나 때문에 돈을 못 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이 더 꼼꼼하게 해드린다는 것을 나는 안다. 손님이 만족하면 우리의 기쁨은 더 커진다.

한우 암소사골과 우족 꼬리 양지를 고아서 만든 곰국 또한 소문이 자자하다. 핏물을 잘 우려내고 두 번 데쳐 낸 다음 깨끗이 씻어서 가마솥에 넣어 세 번 끓인 국물을 함께 섞는다. 오래 끓이면 인 함량이 증가해서 칼슘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 성분분석을 의뢰해서 얻은 지식이다. 좋은고기 드실 들이 찾아오시는 우리 가게는 친절과 신뢰를 최고로 여기며 손님들께 정성을 다한다. 신용을 얻는 일이 큰 자산이라 생각한다. 장사는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얻는 일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 글 :  작은  미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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