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의 향기
1.
“여보! 여보! 빨리 와서 저것 좀 주문해!”
“싫어요, 아직도 먹을 게 많잖아요
“아니야, 저 식품은 당신에게 꼭 필요한 거야, 꼭 사서 먹어야 해!”
계속 들어주지 않으니 급기야 버럭 화를 내는 남편, 드디어 홈쇼핑 광고는 끝나고.
아휴 저놈의 홈쇼핑 건강보조식품 광고는 왜 꼭두새벽부터 하는지...모르겠네
꼭두새벽부터 욕을 먹게 하다니 왜 잠도 없는거야
나와 달리 새벽잠이 없는 남편은 눈 뜨자마자 TV를 켠다.
TV소리를 듣고 잠 깨는게 정말 싫어요 TV 좀 새벽부터 안 켜면 안 돼요.
애원해도 소용이 없다.
2.
여보 나 왜 이러지
왼쪽 머리가 통증이 있어
가끔씩 콕콕 찌르네.
병원을 가봐요
머리라 걱정이 되어도 병원 가 보라는 말밖에..
도움이 되어 주지 못했다. 병원에 다녀온 남편은 뇌동맥류라는 진단명을 받아들었고 뇌신경 관련 수술을 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튼튼한 몸
당신은 부모님께 건강한 몸을 선물로 받았으니 부모님께 감사해야겠네!”
평생 아프지 않을 줄 알았다.
워낙 건강한 몸이라 영원히 늙지 않을 줄 알았다.
옆머리가 희끗희끗 해지고 눈가에 잔주름은 생기며 목소리가 많이 부드러워지고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던 사람이 며칠 동안 끙끙 앓기도 했다.
아빠의 차 소리만 들려도 현관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은 후다닥 동작이 빨라진다. 말끔해진 현관과 달리 책상 아래 숨고 이불 속에 숨고 문짝 뒤에 숨는 아이들. 몸통은 다 보이건만 자신들 눈만 가려지면 다 숨었다 생각하는 아이들은 예민하고 호랑이 같이 무서운 아빠의 존재를 두려워했다.
자식들에게도 시동생들에게도 무섭게 하는 남편이 미울 때도 많았다.
“당신은 결혼을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잘못 결혼을 한 것 같아요.”
벼락같이 소리를 질러대는 남편을 향해 쏘아붙이곤 했다.
3.
대목 장사로 정신없이 바쁜 때 , 왼쪽 가슴이 쿡쿡 찌른다는 남편.. 가까운 큰 병원이라도 다녀오라 했으나 명절 장사 끝나고 가겠다고 한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같이 북유럽 여행을 다녀오기로 계획했었는데 .. 마침 여행사에서 모객이 안되서 여행일정이 취소되었다고 환불해준다고 한단다. 나와 남편은 기차를 타고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급하게 간 병원에서는 입원실이 없다고 거부당해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아파서 온 환자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따지니 지금 병세가 위중해 다른 병원이라도 꼭 가야 한다고 보낸다고 했다. 가는 동안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남편의 눈물 “ 여보 울지 마 다 잘 될 거야. 대신 아파줄 수 없어 정말 미안해 .” 하염없는 눈물을 닦아주고 손을 꼭 잡아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게 안타까웠다. 입원을 하고 수술 날짜를 잡고 10시간이 넘는 수술 시간동안 빌고 또 빌며 꼭 쥔 묵주가 흥건히 땀에 젖어들 때까지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수술이 잘 되게 해 달라고…….
그렇게 아름답던 한강의 야경도 슬픔으로 출렁거리고 부자들이 노골적으로 부를 과시하듯 뽐내는 드높은 빌딩들, 거대한 도시의 현란한 불빛들의 밝음이 어두운 내 마음과 극한 대조를 이루어 가슴 속의 두려움이 더 커졌다.
수술이 끝나고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의식 없는 남편을 위해 내 몸 아끼지 않고 헌신하리라. 건강하게 만들리라. 대수술을 잘 이겨낸 남편을 껴안아주며 존재의 소중함을 느꼈다.
“ 여보 고생했어요 그 힘든 수술을 잘 이겨내 주셔서 고마워요”
똘망똘망 했던 커다란 눈망울이 힘없이 흔들린다.
일주일 입원 치료 후 퇴원.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수많은 질병들이 있지만 혈관질환은 예측할 수 없는 병이다. 그래서 고혈압 약은 오랫동안 꾸준히 계속 복용해야 한다. 남편은 매일 밤마다 한 알, 두 알, 세 알 .. 그 많은 약들을 꼭 빠트리지 않고 매일 챙겨 먹는다. 집에서 같이 사는 딸 아이도 자기 아버지의 약을 매일같이 꾸준히 챙긴다. 남편은 자신의 몸 추스르느라 많이 힘들었을텐데도 잘 해준 것 없이 시간이 지났다고 나에게 늘 미안해하며 내 영양제까지 챙기느라 애를 태우며 산다. 이런 남편의 마음을 봐서라도 나도 내 몸을 잘 챙겨야 겠다
4. 남편을 만난 것은 대학시절 같은 과 같은 반이었다. 목에 깁스라도 한양 힘을 주고 흐트러짐 없는 걸음걸이에 언제나 내 뒷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며 잘 챙겨 주었다.
급한 일이 생기면 신발도 안 신고 뛰며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읽었다며
많은 얘기를 하는데 성질 급하게 말하니 몰라서도 못 알아 듣고 발음을 알아 들을 수가 없으니 더 못 알아 들었지만 고개만 끄덕끄덕 했는데 무엇을 들었는지 확인까지 하는 세밀함을 보였다. 졸업을 앞둔 어느 날 고전음악이 감미롭게 흐르는 찻집에서 “ 친구로 사귀고 싶어요. 마음이 예뻐서 좋아하게 되었어요. ”
진심을 담아 오랜 시간 대화를 하며 “ 그런데 이성간에는 친구가 될 수 없잖아요.”
남편의 진실한 마음과 간절한 눈빛에 나는 “ 네! ” 하며 그 날 이후로 서로를 아끼는 친구가 되었다.
친구가 되어 너무 기쁘다던 순수한 청년.
다음날 학교에 가니 나랑 결혼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남의 혼삿길 막을 일 있나 어처구니가 없다. 그는 싱글벙글 웃고만 있었다.
비가 새는 초가지붕을 파란포장으로 감싸놓은 가난이 줄줄 흐르는 집에 부모님께 인사 시킨다며 데려가는 당당함. 올망졸망 어린 동생들, 외동딸을 시집보내며 대성통곡하는 엄마에게 큰 죄를 짓고 오직 사랑 하나로 이 사람을 돕고 싶다는 심정으로 결혼을 했다.
5.
“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자신의 기준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보이지 않으면 핀잔을 주기 일쑤다. 가난한 집의 장남, 양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남편은 일 무서운 줄 모르고 몸을 혹사시켰다.
흡사 불도저를 연상케 하고 앞만 보고 질주하는 코뿔소처럼 열정적으로 살았다. 동물의 왕국의 대장 코뿔소. 가족 여행을 가더라도 주위를 살피는 수사자 처럼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높은 곳에 올라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은 남자 중의 남자!
남편의 눈에는 시동생들도 아직 대여섯 살로 보이나보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형님이 우리에게 너무하시네. 짓궂게 웃는 시동생들에게도
내가 목욕시키고 다 키워서 장가까지 보냈는데…….
애기들이 까불고 있어.
. 무슨 꿈을 꾸는지 잠자는 동안에도 소리를 질러대곤 했다. 꿈속에서도 일을 하나보다.
6.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고생을 많이 한 사람과 덜한 사람의 차이를 생각해 보았다.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은 ‘팔자’탓을 많이 한다. 그리고 고생해서 번 돈이 골병 든 자신의 몸을 원상복귀 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은 그 이후에도 안과 수술과 심혈관, 관절시술까지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든다. 단단하게 딱 벌어졌던 어깨를 절인 배춧잎마냥 축 늘어뜨리고 약간은 구부정한 등을 하고 힘없는 걸음걸이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여전히 열심히 살아야 해
제발 그 소리 좀 하지 마세요
아픈 곳만 많아지잖아요.
우렁찼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지고 말도 예쁘게 상대방을 배려하며 하려고 애쓴다. 슬픈 드라마를 보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하며 그 큰 손으로 눈물을 훔친다.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에 감동하고 손주들 재롱에 미소 지으며 자식들에게는 세대차이 난다며 왕따 당했는데 손주들 수준의 만화영화를 같이 보면서 천진난만한 미소를 흘린다.
가족들을 위해서 요리를 하면서
나 못하는 게 없지?
네 당신은 못하시는 게 없네요.
내 칭찬에 제일 행복해한다.
7.
젊은 날의 열정은 점점 식어가고 자식들 걱정을 하며 더 품안에 담으려 애쓴다.
눈물은 많아졌으며 더더욱 사랑과 관심을 받으려 애쓴다. 화내는 내 목소리에 금방 기죽고 칭찬 한 마디에 얼굴에 생기가 돈다.
집안에 쌓여가는 홈쇼핑 건강보조식품들은 상품안내자들 감언이설에 꼭 필요할 것 같은 예감, 안사면 큰일 날 것 같은 건강염려증에
당신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먹어 볼 것 같아요.
저렇게 몸에 좋다는 것은 다 사려고 하시니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남편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눈도 희미하게 보인다고 했다.
TV 채널을 열심히 누르던 어느 날
요란하게 몸을 떨더니 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한 번 시작된 구역질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얼른 병원에 가요.
망설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위내시경, 정신과 치료 등 병원을 돌고 돌았다.
유명한 의사들을 만나 상담하고 검진 받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나 산으로 들어 갈까봐
좀 더 지켜 보게요.
세상에 못 고치는 병이 없는데 난 통곡했다.
지리산으로 들어갈까 봐
당신과 함게 지라산 종주도 몇 번했고 백두대간이며 둘레길 걷기며
당신과의 추억이 많기에
말끝을 흐리는 남편에게
그럼 저랑 같이 가요.
여기가 좋을 것 같아요
물 맑고 양지바른 피톤치드 향이 가득한 아담한 보금자리를
찾아 무척 행복해 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우리 정말 여기 오기를 잘했네요.
한동안은 좋아지는 듯했다.
점점 생기를 되찾아 조금씩 산행도 하며 계곡물에 발도 담구며
여보 너무나 행복해!
함께 와 주어서 정말 고마워
내가 미안한 사람이 없는데 당신에게만은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
저도 항상 고맙고 많이많이 사랑해요.
언제부터인가
남편에게 고유한 살 냄새가 아닌 은은한 향기가 난다고 생각했다.
혈관건강에 좋은 약이라면 물 불 가리지 않는 남편은
산 약초를 캐러 나섰다.
약초에 관한 공부도 열심히 했다.
워낙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점점 산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약초를 얻었다.
여보 너무 무리 하시는 게 아녜요?
너무 힘들게 하지 마세요.
걱정 말아요.
이렇게 좋은 약초를 많이 먹으니 건강해지는 느낌이야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빛 하늘
까르르 웃어대는 고운 단풍잎은 따사로운 햇살에
황혼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산하는 어느 날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나섰다.
여보, 여보 애타게 온산을 정신없이 헤맸다.
예민한 내 후각에 익숙한 향기가 풍겨왔다.
양지 바른 바위틈에 평온하게 누워있는 남편의 주위는 산삼 군락지였다.
산삼을 욕심껏 먹은 남편의 몸은 진초록색이었다.
혈관에서는 맑고 투명한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진초록빛 얼굴 속에서 두 눈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진초록 혀가 수초처럼 흔들렸다.
이빨은 이미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과유불급”
남편의 진초록 입술이 오므라들며 신음에 가까운 외마디가 새어 나왔다.
여보 여보 부둥켜 안고 오열했다.
남편의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름 모를 식물의 뿌리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동안 먹어왔던 건강보조식품들이 강한 산삼의 효력으로
교배종이 되어
남편의 몸은 순식간에 푸르른 잎으로 덮여 버리고 말았다.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쥐어 뜯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무성하게 자라난 잎들은 어느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고이 간직한 씨앗을 이른 봄 양지바른 둘레길 곳곳에 심었다.
남편의 향기가 나는 새싹들에게 다정하게 말하리라
건강하고 곱게 곱게 피어내라고 가을이 되어 영글은 씨앗을 고이 간직해 두었다가 봄이 되면 심기를 반복하여 온산을 남편의 향기로 가득 채우리
나는 알고 있다. 내 마음과 다정한 목소리가 남편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수라는 것을…….
8. 어머니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쁘다던 딸이 어머니 말씀을 거역하고 어머니가 걸어왔던 험난한 길을 찾아 둥지를 찾았을 때 이 세상 어느 어머니들보다 서럽게 서럽게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반대하는 결혼이었기에, 어머니께 힘들다는 내색하면 아플까봐 잘 견뎌왔습니다. 내 남편, 어머니의 단 하나뿐인 어머니의 사위가 항상 말합니다. 이 세상에서 미안한 사람은 저 하나뿐이라고 고생 잘 견뎌주어 고맙다고…….
어머니, 여한이 없습니다.
한 생 누구보다 더 의미 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성난 사자 같던 남편도 부드럽고 향기로운 꽃이 되어 행복의 문을 열어줍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하며 조화로운 향기가 되어 자식들에게 새봄의 희망이 되려고 노력하며 삶의 아름다운 열매를 영글어 갑니다. 어머니가 뿌려주신 사랑, 내리사랑으로 보답하렵니다.
어렸을 때 생각이 나요
솔잎이 타는 향긋한 아궁이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다디단 밥 냄새 반질반질 윤기 나던 부뚜막
꼭두새벽 우물에서 처음 퍼 오린 물 길어 올려 정화수 부뚜막에 올려놓고
빌고 또 빌러 주셨던 제 이름 석자
호랑이 띠에 호랑이가 활동할 시에 태어났다고 저를 팔아야 한다는 소리에 몇날몇일을 대성통곡 하며 심청이처럼 팔려가는 것인줄 알았는데
판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살면서 힘들때마다 내 팔자려거니 하면서 잘 이겨냈습니다.
선하고 이해심 많은 부모님의 배려 덕분이어서 참 감사드립니다.
어머니와 같은 맏이의 아내의 길
힘든 만큼 다디단 밥맛도 많이 느꼈습니다.
결혼하고 시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편하게 살겠다며 분가하시던 시부모님께서 함께 살자며 애원해도 뿌리치셨을 때
절대 아파서는 들어 오시지 말라고 했었는데 아흔의 연세에 두분이 다 골절상을 입어서 모셔왔는데 계속 모시고 살아라 그게 인간의 도리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뼈 속 깊이 흐르는 진한 피도 인정 있는 인간임을 배웠습니다.
자식일이 내 일인 양 평생을 걱정 하시니 면목이 없습니다.
아버지 등에 찰싹 달라붙어 자전거로 돌던 울퉁불퉁한 길
아슬아슬한 낭떠러지가 많이 무서웠지만 바다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맑은 공기 고요한 바다, 사시사철 아름다웠던 뒷동산
매립되어 눈부시게 발전한 지금도 푸근한 고향산천이 그립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의 향기가 그립습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어요 어머니!
아들이 골병만 들게 일을 해서 힘겹게 살아온 아빠처럼은 살지 않겠노라며
철없는 소리를 하는데 우리네 인생길 정답이 없습니다.
식물도 쉼 없이 터질 듯 팽팽한 물관 가득 맑은 물을 퍼 올리며 온 가지를 힘껏 벌리고 가슴으로 하늘을 밀어 올리는 거예요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고 있어요
오늘도 세상의 땅에는 얼마나 많은 새싹이 돋아났는지 새로운 희망이 꽃을 피우는지
9
남편의 열매를 따서 입안에 머금어 보았다.
매끈한 껍질에서는 달달한 맛이 났다.
힘주어 깨물어 혀를 구르며 향기를 느꼈다.
내가 지상에서 가졌던 단 하나의 열매를
방안의 화분에도 씨앗을 심었다.
어느 날 남편의 소리를 들었다.
지금 하비스커스 분말이 나오니 어디에 좋은지 찾아보고 당신에게 필요하면 얼른 주문해
빨리빨리 안하고 뭐하고 있어
알았어요 알았어
여보 여보
또 부르는 소리에 다가가니 아로니아 방송중인데 눈에 좋으니 당신이 꼭 먹어야 해
방안의 화분을 텔레비전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한동안 잊고 살았다.
물~
조금 더
목이 많이 말랐단 말이야
무럭무럭 자랐다.
가지를 잘라주고 싶어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지른다.
창문을 활짝 열어 바깥공기도 쐬어 주고 풍경을
내다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온갖 정성을 다하니 무럭무럭 자라서
집안 가득 남편의 향기로 가득하다.
2.(원작품에 대한 감상을 쓰고, 재창작시 드러내고 싶은 특성이나, 문제점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글)
한강의 ‘내 여자의 열매를‘를 읽고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세계여행 보다 더 소중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생여행길 우리는 살아온 삶을 뇌리 속에 간직하여 그 생각 속에서 미소 지으며 살아갑니다. 흐드러지게 라일락꽃들이 피었던 5월의 일
아내의 몸에서 피멍을 처음 본 날부터 남편의 무심함에 치를 떨었습니다. 아내란 남편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관심과 함께 늘 사랑을 갈구합니다. 답답한 아파트에 갇히어 공해속의 도심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아내의 작은 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아내를 데리고 병원을 같이 가주어야 하는데 입으로만 병원 가봐, 갔다 왔는지 묻곤 합니다..
운명의 위기 속에서 부부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퇴색되어가고 슬픔에 못 이겨 식물이 되어버린 아내, 식물의 세계를 통하여 자유롭게 비상하는 생명의 실체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 남편을 향한 신음에 가까운 처절한 소리
물~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갈구하던 사랑과 자유였을까요
자신의 곁을 떠나 식물이 되어버린 아내에게 늦은 사랑을 베푸는 남편
곁에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을 실감하며 아내의 열매를 먹고 회상하는 남편의 모습에 가슴 아립니다.
재창작시 드러내고 싶은 특성을 좀더 자상하고 따뜻하게 외로운 아내를 위해 배려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어 사랑받고 있다는 행복이 남실거리게 하고 싶습니다.
정성스런 약수와 기름진 영양분, 맑은 공기 즉, 남편의 관심을 먹고 싱그럽게 살아갑니다. 식물이 되어버리고서야 행복해하는 아내 곁을 떠나고서야 소중함을 알아가는 부부라는 존재의 가치. 장남으로서 가장으로서 힘들게 살아가는 남편의 마음도 이 책을 읽고 느낀 내 마음과 같으리라 생각하며 아내에게 인정 받고 사랑 받으며 아내의 칭찬 한 마디에 굽은 어깨가 활짝 펴지는 위풍당당한 남자가 되는
오롯이 가족을 위해 세상에 던져진 몸
밀고 당기는 삶 속에서 부부만의 사랑 법은 이해와 사랑, 배려, 관심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없이 작은 것. 최고로 자신을 낮추어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부부라는 행복의 선물을 느끼며 최고의 과제물 시험 많이 부족하지만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 : 작은 미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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