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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방

소쉬르의 언어학

by 嘉 山 2020. 6. 15.

인류가 결코 짧지 않는 시간동안 소멸되지 않고 길고 긴 역사를 간직하고 생존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언어사용이다. 언어라는 복잡하고 체계적인 의사소통 수단을 이용하여 인간의 사회와 문화, 역사 전반에 걸쳐 다양한 발달이 이루어 졌으며 각종 학문들이 탄생이 되었다.

인간의 삶에서 분리되어 생각할 수가 없는 언어는 인간의 감정, 지식, 문화를 전달하고 전수하는데 가장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언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언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여러 학자들은 언어의 생성과 발전과 더불어 언어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왔는지 등 인류의 발달과 역사의 과정 속에서 언어는 어떤 식으로 사용되어져 왔고 어떤 모습으로 변화를 거쳐왔는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언어연구가 지향해야하는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언어를 대상으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연구하는 학문이 대두되었는데 이를 언어학이라고 한다.

 

언어학의 역사적인 연구는 19세기를 기준으로 나뉜다. 19세기의 인도유럽어족의 비교언어학의 성립을 과학적 언어학의 출발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전을 함께 묶어 다루고, 19세기의 비교언어학을 한 시대로, 구조주의 언어학이 성립된 20세기 이후를 한 시대로 나뉜다.

언어학사에서 19세기는 인도유럽어족에 대한 비교언어학의 시대이다. 비교언어학은 과학으로서의 언어학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산스크리트어의 등장과 함께 그리스어, 라틴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들 언어가 공통점이 많았기 때문에 이 언어들이 현존하지 않는 어떤 공통된 근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비교언어학의 개념이 제시되었다. 비교언어학은 같은 계통의 언어들의 친근 관계를 증명하고 나아가 공통 조어의 재구성를 통해 언어의 변화추적을 목표로 한다.

이후 언어는 끊임없이 유동하는 상태로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역사언어학에 대한 연구를 제시되었고 역사비교언어학의 기초가 되었다. 19세기에는 구체적인 언어자료가 언어연구의 주된 대상이 되었고 구체적인 언어자료에 대한 관심은 19세기 언어학의 일관된 특징이었다.

구체적인 언어자료를 실증적으로 연구하고 역사주의를 배제한 언어학은 성립될 수 없다는 강한 신념이 모든 언어연구의 기반이 되었다.

비교언어학은 여러 학자들로 인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 이미 확립된 비교 방법을 더욱 세분화하여 음운변화는 예외 없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일어나고 예외가 있다면 심리적 요인인 유추에 다른 것으로 주장하는, 음운 법칙의 규칙성을 극단적으로 신봉하고 모든 음운 법칙에는 예외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생겨났는데 이들을 젊은이문법학파라고 한다.

이들 중 페르너(K. A. Verner)와 소쉬르(F. de Saussure)는 더욱 엄정한 비교방법을 제시하여 음운법칙에 나타나는

예외를 설명하였다. 이중 소쉬르는 인도유럽어의 비교학자로도 업적이 뛰어났으며 원시인도유럽어의 모음 체계를 밝혀 제시한 업적이 높이 평가된다.

20세기에서 언어학은 구조주의 언어학 시대로 볼 수 있다.

구조주의 언어학은 체계에 관심이 있으며 구체적인 사실 속에서 어떤 추상적인 질서를 찾아내는 것이다. 언어학에서 구조주의 관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스위스의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이다.

그는 새로운 언어이론으로 당대의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학자들도 그의 이론과 동일한 이론적 기반에서 연구하였다.

그래서 소쉬르를 오늘날 구조주의 언어학의 창시자, 유럽 현대기호학의 창시자라고 말한다. 소쉬르는 기호학자로서 뿐만 아니라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쉬르는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 구조주의의 원류, 기호학의 창시자로 불리고 있으며 그의 연구는 20세기 인문학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끼쳤다.

소쉬르의 기호학이 하나의 독립 과학이 되는 계기는 1906년에서 1911년까지 3년 동안 제네바대학교에서 행한 소쉬르의 강의 내용을 1916년에 그의 제자들이 편찬·발간한 『일반 언어학 강의(Course in General Linguistics)』의 언어 기호 이론부터다. 소쉬르의 기호학 이론은 20세기 후반 들어 활발히 연구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소쉬르는 언어를 파롤과 랑그로 구분하였다. 한 언어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언어는 사회적이고 관습적인 규약의 체계로 정의될 수 있다는 랑그(langue, 언어)와 언어는 이 규약의 체계를 개인이 운용하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는 파롤(parole)로 구분 지었다. 랑그는 사회구성원이 모두 공유하는 체계이므로 사회성과 체계성을 가지며 파롤은 각 구성원이 부려 쓰는 방식으로 개인성과 변이성을 갖는다고 하였다.

둘째, 소쉬르는 통시언어학과 공시언어학을 구별하였다. 19세기 언어학이 인간의 목소리가 의미 있는 소리를 창출하는 여러 가지 방식들을 연구하는 음운론이나 다양한 문법들의 비교 등과 같은 역사적 언어학이나 비교 언어학 등에 주안점을 두고 경험적인 현상에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언어의 가장 독특한 특징인 전체적 혹은 체계적인 측면을 연구하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언어는 생성하며, 변화하는 유기체인데 그는 동시대에서 바라본 언어의 모습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으로 바라본 언어의 모습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였다.

역사의 어떤 시점에서든 한 언어는 사회적으로 규범화된 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하면서 이 동시대적인 언어 상태를 공시태라고 했다.

또한 어떤 언어든 역사적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는데 한 언어의 역사적 변화양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망한 것을 통시태라고 하였다.

이 둘은 서로 연관되어 있어서 한 언어의 공시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통시태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거꾸로 한 언어의 통시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시태의 변화양상을 살펴야 한다고 하였다.

 

셋째, 언어기호의 가치는 다른 기호와의 대립에서 생겨난다고 주장하였다.

언어 기호의 내용은 낱말의 대립에서 오는 차이(시차성)에 의해 규정되며, 기호의 자의성 원리에 따라 기호의 기표 자체는 어떤 기호 내용과 자연적이거나 필연적인 관계는 없고 다만 소극적 시차성과 선조성(線條性)에 의한 각 낱말의 대립에 의해 낱말의 언어가치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père(아버지)'와 'mère(어머니)'는 p와 m의 시차적인 대립에 의해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언어 가치가 생긴다.

다시 말해, 언어 가치는 언어 체계 속에서 하나의 단위가 차지하는 상대적 위치에 의해 규정되는 그 단위의 의미다. 화폐 가치에 비유해 본다면, 10원짜리 동전은 100원짜리나 5원짜리 같은 높거나 낮은 동전과 대비된 위치에 의해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넷째, 언어체계는 기호체계이며 기호는 뜻과 말소리, 즉 기표와 기의가 결합한 것이며, 이들의 관계는 자의적이다.

모든 언어는 형식과 의미로 이루어지고 단어는 자음과 모음의 연쇄라는 음성형식을 가지며, 이 음성 형식은 동시에 의미를 담고 있다.

소쉬르는 언어기호의 음성형식을 기표(signifiant)와 이에 결부된 의미를 기의(signifié)로 불렀다. 소쉬르는 한 언어는 기호의 체계로서 각각의 기호가 언어 체계 내에서 갖는 기능 혹은 그 가치는 다른 기호들과의 관계를 통해 결정된다고 했다. 소쉬르가 말한 관계란 기호들이 앞뒤로 결합하는 통합관계와 기호들이 서로 대치되는 계열관계를 말한다.

단어들이 모인 문장에도 일정한 형식이 있는데, 그 형식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결정된다. 예를 들면 영어에서 Mary, John, loves라는 세 단어를 결합해서 문장을 만들 때는 일정한 규칙을 따른다. ‘

Mary John loves’나 ‘Loves John Mary’는 부적절한 문장이다. ‘Mary loves John’이나 John loves Mary’는 적절한 문장이며, 상응하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문장도 역시 형식과 의미의 결합체인 것이다.

모든 기호가 형식과 의미의 결합이며 언어기호는 기표와 기의사이의 관계가 자의적인데 예를 들어 집이라는 의미가 각기 다른 음성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보아 언어기호는 기표와 기의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자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쉬르는 언어를 파롤과 랑그로 구분할 것을 주장했고 언어의 역사적 연구인 통시언어학과 순수한 언어 정태에 대한 연구인 공시언어학을 구별했다.

통시적 연구는 언어의 역사적 발전을 다루는 것이며, 공시적 연구는 언어의 조직체계에 눈을 돌리고 언어의 본질과 기능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언어기호의 가치는 다른 기호와의 대립 관계에서 생겨난다는 점을 주장했다.

언어체계는 기호체계이며 기호는 뜻과 말소리, 즉 기표와 기의가 결합한 것이며,

이들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자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소쉬르는 언어기호의 자의성 문제를 제시하여 기호학을 창시하였다. 언어를 정치나 법률처럼 사회제도로 파악했지만 이들과는 다른 특성으로 관념을 표현하는 기호체계로 보았다.

소쉬르의 기호학은 관념을 표현하는 기호체계이고 사회생활 네에서 기호의 삶을 연구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문화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언어란 체계이며 체계로서 연구되어야한다고 말한다.

개개의 사실을 고립시켜 보지 말고 항상 전체로서 보아야 하고 또한 모든 사실은 체계 내에서 결정된다고 했다. 또한 소쉬르는 언어란 무엇보다도 상호 이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사회현상이라고 보았다.

 

출처

언어의 이해 (권재일, 김현권, 남승호 공저 2015.)

페르디낭 드 소쉬르 (문화 연구자,2013.2.25.,커뮤니케이션북스)[네이버 지식백과]

일반언어학 강의 (페르디낭 드 소쉬르 지음. 김현권 옮김)

일반언어학 노트(페르디낭 드 소쉬르 지음, 김현권, 최용호 옮김 인간사랑)

글 : 황 정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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