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서론
세태소설이란 어떤 사회를 재구성한 소설작품으로 고도로 발달하고 복잡한 사회의 관습, 가치관, 습속을 정교하고 상세한 관찰에 입각하여 전달한다. 사회의 관습들이 주된 줄거리이며 등장인물들은 행동의 일정한 기준이나 이상적 표준에 부합하는 것도 또는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에 따라서 구별된다.
이춘풍전은 무능한 남편을 영리한 아내가 개과천선 시킨다는 내용으로 그 시대의 여성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작품으로 당시 사회의 부패한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냈으며 다양한 인물의 인간성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박태원은 소시민의 생활을 소재로 한 심리소설과 세태소설을 많이 썼다.
표현, 묘사, 기교가 뛰어난 소설과 구보씨의 1일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직도 결혼하지 못한 구보씨가 서울 거리를 배회하면서 느끼는 내면세계의 방황과 세태풍속을 잘 그린 작품이다. 임화는 세태소설을 사상성이 퇴조됨으로써 빚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프로 문학이 퇴조한 이후의 한국문학의 경향을 세태소설과 내성소설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본격 소설론을 제기해 사실주의론을 구체화시켰다.
그가 당시 수준 높은 사실주의론을 수립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이론적 노력이 바탕이 되었으며 그의 사실주의론은 세계관과 방법의 변증법적 연관에 대한 깊은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서 근대문예비평사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탈식민주의 담론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제국주의와 관련된 주체의 위상이다. 탈식민주의는 이 같은 문제를 서구의 여러 담론을 차용하되 비평가 자신을 포함해서 민족사적 운명을 보다 넓게 관련시켜 개개의 인간 주체를 위한 정체성에 질문을 제기하는데 관심을 보인다.
임화의 세태소설론과 탈식민주의 담론을 통해서 고전 [이춘풍전]과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一日]을 공부해 보기로 하겠다.
Ⅱ. 본론
1. 고전 [이춘풍전]
상업 자본주의가 형성되는 조선 후기에 장시의 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품으로 물질만능주의에 의거 도덕적 가치, 윤리적 가치가 무너지면서 공동체적 인간보다는 이기적 인간 추구, 조선 후기에 나타난 풍기문란, 향락풍토가 만연하는 사회 변모 양상을 잘 반영한 [이춘풍전]은 육의전(종로) 동대문, 남대문시장, 송파장터(가락시장)등의 한양 주변 시장을 비롯해 전국 10,000여개 시장이 형성되었는데 조선시대 유교적 가치를 추구하던 사회의 변모양상과 부패상 황금 만능풍조, 향락적 풍조 등을 사회적으로 담은 소설 작품이라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이 작품은 소설의 장르적 구분에 논쟁이 많았다. 풍자소설, 해학소설, 가정소설, 세태소설, 훼절소설 등 풍자해학소설로 보는 견해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세태풍자소설로 보는 견해다. 시장이 형성되면서 나타나는 사회변모양상의 세태묘사적인 경향이 강한 작품이다.
최근에는 창극이나 판소리 공연도 많이 하지만 이춘풍전은 판소리가 실제 불렸는지 알 수가 없다. 판소리 열두마당, 신재효의 여섯 마당에는 이춘풍전이 통합되어 있지는 않다.
한양에서 평양까지 가는 공간의 이동에서 평양은 신의주와 더불어 중국 무역상들이 왕래하여 시대상의 변화와 사실주의 경향, 세태묘사적인 소설로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이춘풍의 인물성격은 한량인 춘풍이 부모님이 물려주신 재산을 전부 탕진하고 아내의 헌신으로 풍족해진 살림에서 가부장의 권리를 내세워 몰락한 양반으로 부화뇌동한다. 평양으로 장사 떠난 춘풍이 기생 추월의 유혹에 빠져 돈을 모두 털린다. 현명한 김씨 부인이 춘풍의 이야기를 듣고 계책을 꾸려 비장으로서 춘풍을 잡고 추월까지 혼내주는 유머러스하고 통쾌하게 한량인 남편을 개과천선 시킨다. 하지만 권선징악적인 주제로 끝나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一日]
인간 본연의 ‘고독’과 ‘행복’에 대한 탐색과 지식인의 허상에 대한 표백을 글쓰기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둔 소설가 소설이다. 독특하고 모던한 기법, 실험, 현실에 대한 특별한 시선, 심층 심리묘사, 그리고 탁월한 한문번역 실력과 개성적인 역사소설의 창작은 그의 문학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해석 욕망을 가지게 한다. 뿐만 아니라 프로문학 소개자에서 모더니스트로 친일에서 전향으로 그리고 월북 후의 문학 활동까지 그의 문학 사상적인 변화 역시 상당히 흥미롭다.
[소설가 구보씨의 一日]에서는 이중 노출의 기법을 사용하고 장편 [천변풍경]은 카메라로 세상을 찍는 것처럼 서술자가 청계천변 주변을 객관적으로 묘사하였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박태원은 전시대 문학에 대한 부정과 해체라는 모더니즘 정신에 철저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박태원이 부정하고자 한 것을 한국 문학의 보편적 전통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우위의 프로문학이 보여주는 내용 중심의 목적 문학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부정조차 식민지 역사적 현실 앞에서 희미해지고 만다. 박태원은 민족적인 당면과제를 도외시한 채 서구적 모더니즘의 세계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기억과 회상의 방법을 통해 소설가의 창작 과정을 따라가면서 심층적인 자아분석을 시도한 소설로써 파격적인 실험성이 매우 짙은 작품이다.
우선 근대문화의 새로운 인간형으로서 ‘산책자’를 내세워 여로형의 진행을 보여주는 산책자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一日]에서 현대적 일상생활의 풍속을 면밀히 조사 탐구하는 행위로서 박태원이 내세운 창작 방법이 고현학적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구보의 경성거리 산책은 당시 자본주의적인 일상과 근대도시문명에 대한 관찰과 탐색으로 채워져 있다. 의식의 흐름과 기법적 설명이다. 이 작품의 주요 서사는 구보가 집을 나서 귀가할 때까지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관찰하고 이에 대해 반응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보의 의식 내면이 여러 가지 기법적 실험(내부 초점화, 자유연상법, 자유간접화법, 몽타주 기법)을 통해 첫사랑을 시작한 소년기에서 도쿄 유학 시절 이야기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이런 기법적 실험으로 인해 이야기는 단편적이고 일관성이 없어지면서 서사구조가 분산되고 대신 내면 심리서술은 강화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소설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자신의 소설 쓰기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가 소설의 대표작으로 1930년대 문학인의 일상사를 직접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일련의 ‘구보형 소설’의 계보를 형성하였다는 점에서도 그간 주목을 받아왔다. 아울러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 속에서 박태원 특유의 가족과 유교주의에 대한 시각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26세의 가난한 소설가인 주인공 구보를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하며 자존심과 열등감에 찌든 지식인의 한 유형으로 성격화 되어 있다. 그는 병약하여 시력도 약해지고 신경쇠약과 중이질환, 피로, 권태, 두통 등에 시달린다. 이러한 병약함과 자격지심 때문에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도 없고 어머니가 원하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도 없다.
이 소설에 나타난 그의 하루는 바로 이런 문제를 지닌 과거를 들추어내고 그 기억과 현실 사이의 방황을 통해 고독과 행복의 의미를 구하는 시간이다. 그에게 고독은 가까우나 행복은 멀다. 고독을 가장하고 작품 속에서는 늙음을 가장하고 친구를 만나서는 명랑(明朗)을 가장한다. 그러다가 자신을 묶고 있는 허위의식을 비로소 깨닫는다.
3. 고전 [이춘풍전]과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一日] 비교
1) [이춘풍전]에서
보여주는 지나친 물질주의와 왜곡된 소비 형태를 들 수 있다. 부잣집의 독자로서 양친이 돌아가시자 방탕하게 재물을 탕진하여 아내에게 집안을 맡긴다는 수기를 써 주었고 아내가 열심히 길쌈하여 5년 만에 제법 넉넉해지자 아내를 윽박질러 가산을 긁어모으고 호조 돈 이천 냥을 빚내어 평양으로 장사를 떠난다. 기생 추월의 유혹에 빠져 일 년이 안 되어 이천 오백 냥을 모두 탕진하고 추월에게서 쫓겨나 추월의 사환 노릇을 하게 되었다.
또 하나는 무능력한 남편의 권위의식이다. 수기를 받은 것도 무용지물이요, 곤장을 맞고 갖은 수모를 다 겪었으면서도 아내에게 허세를 떠는 유교적 가부장제의 치부, 조선 후기 남성들의 기녀와의 환락이나 축첩의 방식을 통한 성적 욕망 충족 등 공동 사회에서 이익사회로 가는 가운데 가치관 도덕적 태도 등의 변화. 조선 초 현모양처에서 장시가 형성되며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여성상으로 변모. 중세적 인물형에서 근대적 인물형으로 나아가는 양상이 나타난다.
춘풍의 아내 김씨는 유교적 인물이 아니며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근대적 인물 유형이다.
2)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一日]에서
소극적이며 우유부단하며 자존심과 열등감에 찌든 한 지식인 구보는 고독의 실체와 행복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통해 지식인으로서의 허위의식 및 현실적 무능력을 가장한 지적 우월주의를 고발하고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충실하게 사는 것이 솔직한 태도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여전히 가족과 전근대적인 삶의 가치를 부정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구보가 현재의 병리적인 모습 허무와 고독에 대항하여 자신을 되찾는 행위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통해 이루어진다.
구보의 의식 속에서 발생 전개되는 독특한 소설, 그 배회의 과정에서 포착된 이미지들은 왜곡된 근대화로 인해 실업, 소외, 배금주의 향락주의로 물들어가는 경성의 공간에 대한 탐색의 결과이다. 박태원은 식민지화를 지켜보면서 새로운 문물 수용에 적극적 역할을 한 중인 계층으로 태어나 그러한 문물의 혜택을 받으며 자랐다. 서구의 근대 문화 체험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1930년대 최고의 모더니즘 소설가로서 문체, 문장, 기법 면에 남다른 관심과 추구를 보여주었던 것은 젊은 작가의 타고난 예술적 감각과 실험정신, 서구 문물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우월감 등이 교묘히 섞여 있다.
박태원은 해방 전까지 개인의 문제, 지식층의 문제, 현재의 문제에 치중했으나 해방 후에는 집단의 문제, 민중의 문제, 과거의 문제에 치중해 역사소설을 주로 썼다.
Ⅲ. 결론
개인적 사회 문화적 여건에 의해 소설쓰기의 어려움을 소설의 형식으로 구현하거나 흔들리는 소설가의 내면을 통해 오히려 흔들림 없는 소설의 위상을 확인하게 하는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더더욱 주목해야 할 소설일지 모른다.
문학은 무엇인가 그리고 삶은 무엇인가 언제나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쉼 없는 도전이다. 소설속의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의 자세에 대해 성찰해 보며 진지한 반성과 믿음이 우리 자신의 것이 되기를 바래본다. 갈수록 우리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강하게 느낀다.
소설은 시가 할 수 없는 것을 해낼 수 있는 특이한 예술이다. 묘사되는 현실은 정신적 가치를 갖는 것이며 세태소설이란 순전히 이런 측면에 다만 작자가 자기를 의탁할랴는 문학이다. 두 작품의 주제를 통해 어떠한 삶의 자세를 가져야 되는지 알았다.
Ⅳ. 참고문헌
고전 [이춘풍전]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一日]
임화의 [세태소설론]
한혜선의 [소설가 소설연구]
브리태니커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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