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유와 패러디가 표절과 어떻게 다른지 1) 개념의 차이에 대하여 서술하고 2) 구체적인 시를 예를 들어 설명하시오(30점)
Ⅰ. 인유와 패러디가 표절과 어떻게 다른지
1. 인유, 패러디, 표절에 대한 개념의 차이
1) 인유의 개념
인유의 등장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개성과 독창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개성과 독창성은 낭만주의 이후 현대시의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인유는 전통적인 소재나 문체, 양식 ed을 빌려서 자신의 개성을 강화하는 작품을 만든다. 전통을 부정하며 새로움을 추구한 모더니즘에서도 개성과 독창성은 상당히 관대해졌다. 시인들은 선배들의 영향은 인정하되 그 흔적이 작품에 남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그래서 다른 작품과의 차이를 드러내고 상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저작권 형식으로 인증하였다. 낭만주의와 모더니즘을 거치면서 표절은 절대적으로 금지된 범죄행위였다. 다른 사람의 독창성을 침해하는 것은 자신의 독창성도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견해들이 있었다. 문학은 오랜 전통에 의해 창작된 것이기에 모더니스트 엘리엇은 「전통과 개인적 재능」에서 개성에 집착하는 독창성을 비판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관점을 제기했다. 새로운 시라는 것은 개성을 중시할 것이 아니라 개성을 망각하는 몰개성의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전통을 계승하고 극복하는 데에 개성과 독창성의 존재의미가 있으며 전통을 부정하기 위해서도 기존 전통을 참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낭만주의와는 새로운 관점으로 제기했다. 동양에서는 타인의 작품을 빌려오는 행위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했다. 용사(用事) 라는 기법으로 간주했다. 고인의 말과 글 고사 등 을 끌어다 쓰며 자신의 논리를 보완했다. 용사(用事)를 신의(新義)만큼 가치 있는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전통을 의식적으로 계승하면서 개성과 독창성을 발휘했다. 서정주의 「춘향전」 에서는 춘향이 도련님을 향한 애절함이 담긴 유언형식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였다. 정지용의 내간체 백석의 판소리 구어체 등 절제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그 배경과 형식을 빌려 시적 관념을 전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허구이든, 역사적이든 인물 및 사건, 작품의 구절 등을 인용하는 것이었다. 인유의 대상은 문학뿐만 아니라 여타의 예술장르와 일상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인유에는 비유적 인유, 시사적 인유, 개인적 인유, 모방적 인유가 있다. 역사적 장르를 모방하는 패러디도 이에 속한다.
2) 인유의 예
박은영 시인의 「 발코니의 시간」 전문
발코니의 시간 / 박은영
필리핀의 한 마을에선 암벽에 철심을 박아 관을 올려놓는 장례법이 있다. 두 다리를 뻗고 허공의 난간에 몸을 맡긴다. 이까짓 두려움 쯤이야 살아있을 당시 이미 겪어 낸 일이므로 무서워 떠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암벽을 오르던 바람이 관 뚜껑을 발로 차거나 철심을 휘어도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그저 웃는다.
평온한 경직 / 박은영
아버지는 정년 퇴직 후 발코니에서 화초를 키웠다. 생은 난간에 기대어 서는 일
허공과 공허 사이 무수한 추락 앞에 내성이 생기는 일이라고 당신은 통유리 너머에서 그저 웃는다(중략)
해설) 필리핀 어느 마을의 풍장문화를 인유했다. 필리핀의 장례풍습과 정년퇴직한 후 발코니에서 화초를 키우는 아버지의 삶을 연결하여 대비하고 있다. 아버지의 현재적 삶과 암벽에서 풍장의 과정을 겪고 있는 죽음의 삶을 발코니의 통유리를 경계로 삶과 죽음의 동일성을 깨닫게 해준다. 아버지는 살아오면서 무수한 추락을 경험 했기에 생은 난간에 서는 일이라는 걸 안다. 선다리가 허공과 공허 사이라도 내성이 생긴 것이었다. 발 아래는 아득한 허공 그 난간을 타고 오르는 시클라멘 향기가 붉다
2. 패러디의 개념
인유의 극단적인 형식이며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신을 잘 반영하는 문학적 장치이다. 전통을 교란하는 전술을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문학적 행위다. 겉으로는 전통에 대해서 친밀감의 표현으로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적대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패러디는 전통의 제거를 통한 극복이 아니라 그 모방을 통한 극복을 택한다. 패러디이 어원에는 두 가지가 있다.
parodia : 다른 것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담아 부르는 노래
parodio : 모방하는 것, 모방하는 가수
parody : 반대를 위한 모방, 모방을 통한 반대의 이중적 전략을 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패러디는 반드시 원전 텍스를 패러디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원전 텍스트는 시인과 독자가 공유하는 맥락을 작동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패러디의 의도와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 의도와 목적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전통과 관습과 권위를 대표하는 어떤 원전 텍스트를 풍자하고 조롱하고 비판하는 것이 패러디와 원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낭만주의와 모더니즘에서 문학 텍스트는 자율적이고 자족적인 인공물로 간주되었다. 도덕과 정치로부터 자유롭다는 환상을 낳게 되었다. 독창성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참조한 다른 텍스트의 흔적을 은폐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그러나 패러디는 독자들에게 문학 텍스트에서 은폐되어 있던 상호 텍스트의 흔적을 복원해서 읽는 것을 권장한다. 한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들과의 시공간적 교차를 통해 직조된 조직이라는 것을 폭로한다. 문학을 둘러싼 글쓰기와 읽기는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패러디 _예) 아침마다 눈을 뜨면 / 황정혜
아침마다 눈을 뜨면 파아란 하늘 바라보며
하늘 빛 닮은 고운 마음으로 살리라 다짐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구름과 안개가 이루어 내는 색다른 모습에 감동하고
초목의 싱그러움에 미소 지으며
풀벌레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창공을 훨훨 나는 새들의 날개짓에
행복해 한다면 오늘 하루가 왜 괴로우랴
마음과 뜻을 기쁘게 하고 귀와 눈을 즐겁게 하니
아침마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은 얼마나 아름다우리
아침마다 눈을 뜨면 빛과 같이 환한 미소로
누구에게나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해설) 박목월의 「아침마다 눈을 뜨면」을 패러디 해 보았다. 하나님이 날마다 금빛 수실로 찬란한 새벽을 만들고 빛의 대문을 활짝 열어젖혀 우리의 하루를 마련해 주신다. 경이롭게 펼쳐지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름다운 아침을 통해 하루를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표절이란 다른 사람이 쓴 작품을 일부 또는 전부를 베끼거나 관념을 모방하면서 자신의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행위를 말한다. 인유나 패러디는 나름대로 독창성이 가미되어 재탄생되기 때문에 원작과는 또 다른 의미나 재미를 지니고 있어 표절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Ⅱ. 백석의 「남신의주유동 박시봉방」 (교재 p.p 75 ~ 76)을 거시적 읽기, 미시적 읽기, 맥락적 읽기의 방법으로 읽고 그 읽은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여 서술하시오.(40점)
(반드시 세 가지 읽기의 방법을 모두 적용하고 읽고 서술하시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현실적 문제로 인한 고향 상실과 가족 공동체의 비극 → 가족과 고향의 상실, 유랑의 삶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단란하고 오붓한 가정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 가족과 떨어져 있는 화자의 처지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센’을 늘어 쓴 말 (시적 허용)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암울한 현실, 시련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박시봉 향토적 시어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방 한 칸
<1 ~ 8행 : 타향에서 외롭고 고단한 삶>
이리하여 나는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좋지 않은 환경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만은 것 같이 생각하며,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생활
딜웅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화자의 무기력한 모습 형상화
이거을 안고 손을 쬐며 재우에 끝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무료함과 지루함을 달래 보려는 행위
또 문밖에 나가디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뒹굴기도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반복적으로 지난 일을 생각함
내 가슴이 꽉 메어 울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눈물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과거의 삶에 대한 희한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삶에 대한 절망과 체념, 지나온 시점에 대한 회한과 암울한 현실에 대한 절망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사상의 전환 긍정적 상승 이미지의 시어 활용 (절망에서 희망으로 변화 암시)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무기력한 자아와 삶의 불가항력에 대한 인식, 무기력한 자아인식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개인의 의지를 초월하는 존재 운명 , 운명론적 세계관, 운명에 대한 깨달음, 화자의 심리적 성숙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시간의 경과를 통한 내적 성찰, 운명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감정 정화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마음의 진정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시련, 고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반성과 성찰의 시대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추위를 견디는 의지적 모습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고결함, 강인함
굳고 밝은 삶에의 다짐
모든 사회적 가면을 벗고 벌거숭이로 자신의 생과 마주하고, 자기 부정과 희오의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자신을 설정해 가는 정신적 발전 과정을 그렸다.
거시적 읽기 : 제목의 기능에 주목하고 시 전체의 형식에 주목하는 산문적 읽기의 방식이다. 편지의 형식을 빌어 화자의 근황을 드러냈으며 산문적 서술을 통해 시상을 전개하였다. 백석의 시 제목 「남신의주유동 박시봉방」 은 ‘남신의주 유동에 사는 박시봉집에서’ 라는 뜻으로 발신인의 주소처럼 적혀 있다. 백석은 현실적인 문제로 가족과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삶을 살아간다. 바람은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와 외롭고 쓸쓸하다며 박시봉이란 목수의 집에 세 들어 살면서 자신의 지난 삶을 반추하며 자신의 근황과 심정을 서간체 형식으로 쓴 글이다.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화로 위의 재위에 글자를 쓰며 무료함과 지루함을 달랜다.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 하며 지난 일을 회상한다. 지나온 시절에 대한 희한과 암울한 현실에 대한 절망 때문에 화자는 좌절하고 절망한다. 1 ~ 8행까지는 상실과 방랑 끝에 어느 목수의 집에 세들어 살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화자의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의 고난과 고독 화자의 처지, 방황을 제시한다. 9 ~ 19 행까지는 좌절과 실의 속에 무기력하게 살면서 죽음까지 생각하는 절망적 상황에 이른다.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는 것 마저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며 지식인으로서 무료함과 지루함을 표현하고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과 암울한 현실에 대한 절망과 화자의 번민과 고통을 표현했다. 20 ~ 23행까지는 그러나를 기점으로 삶의 고달픔과 슬픔을 운명론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무기력한 자아를 인식하는 한편 긍정적 기상의 전환을 암시하며 현실적 한계를 수용한다. 24 ~ 32행까지는 겸허한 자세로 무기력한 삶을 반성하며 다시 운명을 긍정하고 현실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대목이다. 마음의 진정과 내면의 안정 가족에 대한 그리움, 고통과 시련, 반성과 성찰 그리고 의지적인 모습을 표현하며 이때 고난을 이겨내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
2) 미시적 읽기
사투리, 고어, 쉼표, 마침표, 느낌표 등 단어와 문자, 구두점 등에서 언어적 표현의 특징에 주목하여 시를 읽는다. 시의 언어를 글자 그대로의 의미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또 다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은유, 상징, 알레고리, 이미지 등의 다양한 표현법과 의미의 복합성에 유의해서 읽는다. 표현상의 특징은 평안도 방언과 향토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토속적인 분위기를 형성하였다. 예를 들면 삿(삿가리의 준말, 갈대를 엮어 만든 자리), 북덕불(짚이나 풀 따위를 태워 담은 화롯불), 쥔을 붙이었다(세내어 기거하다), 딜웅배기, 누굿한 방 등 많은 토속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쉼표를 많이 사용하여 서술에서 화자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잘 표현하였다.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표현은 어떠한 고난과 시련에도 꺾이지 않는 굳은 의지로 표현되는 소재이자 객관적 상관물이다. 화자는 현실 극복 의지의 표상과 희망을 갈매나무를 통해 다지고 있다. 즉, “굳고 정한” 이 말은 지나온 자신이 과거가 굳지도 정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더 이상 맑고 높고 가난한 시인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렇게 그는 무너졌던 자신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목표를 “굳고 정한” 세계로 설정했음을 암시하며 작품을 마무리 한다. 백석은 시인 자신의 생에 대한 성찰시의 새로운 유형을 한국시사에 제시했다.
3. 맥락적 읽기 : 시와 그 외부적 맥락을 연결해서 시를 읽는 방법이다. 시의 외부에는 시인의 삶, 시인이 참조할 주변 사람들과 시대적 배경, 시인이 마주한 현실문제 등을 포함해서 읽는다. 전기적 맥락, 미학적 맥락, 사회문화적 맥락 등으로 할 수 있다. 1948년 10월 「학풍」에 발표된 이 작품은 친구 허준이 보관하고 있다가 공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는 1945년 겨울 백석이 만주생활을 청산하고 신의주를 거쳐 귀국하던 어느 날 착상을 한 작품으로 추측된다.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수탈을 피해 고향을 떠나 방황하다가 새로운 삶을 다짐하는 한 인물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런 화자의 모습은 일제강점기의 우리 민족의 현실적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식민지 체제하에서도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와 일제에 대한 간접적인 저항의 시라고 생각된다. 어떤 시련에도 꺾이지 않겠다는 의연함을 상징한다.
[참고문헌]
현대시론(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 2015) 김신정, 오성호, 유성호, 오문석
한국근대작가론(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 2015) 中 제 2 부 제 4장 ‘자기 발견’에 이르는 긴 여정 : 백석론 참조 이상진, 김신정, 심원섭, 한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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