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40~ 50 代가 되면
■40대 주부;속병 화병 골병…
‘여자가 중년이 되면 우선 아랫배에 지방이 붙고, 허리가 굵어져 몸에 안정감이 보인다.처녀때는 개미 같은 허리에 하이힐을 신고, 보도 위를 걸으면 미풍만 불어도 휘어지던 그 허리가 가슴에서 히프에 이르기까지 평행선으로 굴곡없이 펑퍼짐하게 살이 붙어…’.수필 ‘중년여성’(이창배·1994)의 한 대목이다. 펑퍼짐하고 튼튼해서 ‘태풍이 불어도 끄떡하지 않을 것 같은’
중년 여성이 속으로 앓고 있다.요통 견비통 관절통 골반통 손발저림 등 온 몸에 ‘신호’가 오고, 눈도 조금씩 침침해져 온다. 주름이 하나둘 패고 피부는 거칠어져 여자의 ‘자존심’은 이미 오래전에 팽개쳤다.
여성지를 뒤적이다 “혹시”하는 생각에 화들짝 놀라 거울앞에서 유방을 만져보기도 한다.소망이라면 오직 하나 자녀와 남편.그 속에 ‘내’가 끼어들 틈이 없다.그렇게 애지중지 키우고, 알뜰살뜰 내조해 왔건만, 이젠 모든 것이 무하고 덧없이 느껴진다.모두가 떠나버린 것 같은 공허감에 문득 거울을 보니, 그 속에 펑퍼짐한 ‘아줌마’가 서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약하다.
‘아줌마’도 예외가 아니다.
199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57.9%가 한가지 이상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어, 남성(53.9%)보다 높았다.특히 빈혈은 3.8배, 관절염은 2.6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은 2.3배, 고혈압성 질환은 1.8배, 당뇨는 1.5배, 치과질환은 1.3배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통계청·1994 등).이 질환들은 사십을 넘어 폐경이 다가오면서 부쩍증가한다는 게 전문의의 지적이다.그러나 아프다고 마음대로 누워 있을 수 없는 게 주부다.198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분만을 제외한 입원율은 남성이 인구 1000명 당 50.5명인데 비해, 여성은 45.5명으로 낮았다.더군다나 입원자의 년간 평균 입원일수는 여자가 11.7일로 2
1.7일인 남자의 절반에 불과했다.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 교수는 “여성의 40대는 유방암과 생식기 계통 암, 우울증, 여성 호르몬 감소(또는 중단)로 인한 여러 신체 증상등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의학적으로 매우 취약한 연령대”라며 “그러나 의료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어 심각한 실정”이라고 말했다.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는 “아내의 건강이 가정을 지키는 주춧돌”이라며 “속으로 병들어가는 아내에게 남편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 여자가 40이 되면 피부, 머리카락, 손·발톱도 노화
여자나이 40이 되면 노화 현상이 슬슬 나타난다.먼저 눈에 띄는 것이 피부의 변화.주름이 늘고, 피부는 윤기를 잃고 쭈글쭈글해진다.주름이 느는 것은 피부 바로 밑 진피층을 구성하는 콜라겐 양이 감소하기 때문.오랜 기간 자외선에 노출되고 여성호르몬 감소로 콜라겐 생성이 줄거나 콜라겐 분해가 늘어난 결과다.또한 피부는 수분이 빠져나가고, 땀과 피지의 분비가 감소해 피부는 탄력을 잃고 ‘꺼칠’해진다.‘저승꽃’이라는 검버섯도 하나 둘씩 돋아나 ‘인생무상’을 실감케 하며, ‘쥐젖’이라 불리는 연성 섬유종도 목덜미, 뚝 등에 생기기 시작한다.두피의 멜라닌 색소가 감소해 머리카락은 흰색 또는 회색으로 변하며, 머리 숱은 줄어들고, 머리카락은 가늘어진다. 찰랑찰랑했던 머리카락은 탄력을 잃고 푸석푸석해진다.심지어는 손톱과 발톱에도 변화가 생긴다.손·발톱이 자라는 속도가 차츰 느려지게 되며, 이곳에 무좀균이 침범해 ‘조갑백선’이란 병이 생기면 잘 낫지도 않고, 치료기간이 길어진다.
몸매도 변한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서 체지방의 분포형태에 변화가 일어나 몸에 군살이 붙는다.배와 가슴 등에 체지방이 몰려 체형이 바뀌는데, 특히 배 안쪽보다는 배 바깥쪽에 지방이 쌓여 ‘삼겹살 아줌마’가 되기 쉽다 .
/이애영·노원을지병원 피부과 교수
■ 남편이 아내에게 꼭 해야 할 7가지
△ 종합검진은 최고의 선물
종합검진을 예약하고 날짜를 통보하거나, ‘종합검진 티켓’을 선물로 주는 것은 아내의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물.주치의를 정해 1년에 한번씩 검진을 받게 하는 게 좋다.
△ 함께 운동을 시작해요
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그러나 혼자하는 운동은 실천하기 어려우니, 아내를 운동장으로 초대하라. 조깅, 등산, 배드민턴 등 손쉽게 할 수 있는 어떤 운동이든 좋다.
△ 영양제를 사주세요
40대는 영양제 한두개쯤은 필요한 나이. 비타민B,C,D,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칼슘제제 등이 권장된다.
△ 퇴근길에 야채·과일을
주부의 식단은 탄수화물 위주로,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결핍되기 쉽다.
아내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퇴근길에 과일가게에 자주 들르는 남편이 돼 보자.
△ 아내가 아프면 호들갑을 떨자
아내는 쉽게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프다”는 소리를 예사로 듣지 말아야 한다.새로운 종류의 통증이 생겼거나 몸에 이상이 있다면, 그 원인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치료해 주어야 한다.
△ 잠자기 전 대화는 만병통치약
주부에게 많은 화병이나 우울증 등은 남편과의 대화부족에 따른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남편과의 대화가 ‘만병의 예방책’이 될 수 있다.
△ 화장하는 아내를 칭찬합시다
외모에 관심을 갖는 여성은 심신의 긴장을 유지하게 되고, 긴장을 유지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화장하는 아내에게 핀잔을 하면 마음뿐 아니라 건강도 상한다.
/박은숙·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암을 관리하자
자궁암·유방암 급증…매년 검사를
40대 여성은 자궁경부암과 유방암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대부분의 암은 나이들수록 증가해 60,70대에 암 발생률이 가장 높지만, 자궁암과 유방암은 40대와 50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우리나라 발생 1위암인 위암은 40대 환자의 비율이 20% 안팎이고 간암·폐암 등은 10% 내외이나 자궁경부암과 유방암은 40대 여성환자가 40% 안팎을 차지한다.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김용민 교수는 “유방암은 생리가 있는 나이에 발생률이 높아 중년 여성에 유방암이 많고, 또한 우리나라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한 자궁경부 감염률도 40% 가까이 돼 자궁경부암 발생이 많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또한 이 연령대의 복병이다.
발생 순위 10위 권이지만, 40대 여성의 경우엔 대장암, 간암, 폐암보다 많이 발생해 4위를 차지하고 있다.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김열홍 교수는 “갑상선암은 특히 여자에게 많고 주로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며 “목 앞쪽에 있는 갑상선은 양쪽이 대개 대칭이므로 한쪽이 튀어나오거나 덩어리가 잡히면 바로 초음파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자궁경부암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는 매년 자궁세포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방암은 평소 자가진단으로 유방을 자주 만져보는 습관을 들이고 최소 1-2년에 한번은 유방촬영술을 받아야 한다.위암은 1-2년에 한번씩 위내시경이나 위 투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장·직장암 검진은 매년 직장수지검사를 받고 배변습관이 바뀌거나 빈혈, 대변이 가늘어지면 대장내시경이나 대장조영술을 받아야 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 남자보다 3배많은 우울증
호르몬 감소…‘빈둥지 증후군’ 시작
우리나라 여성 중 우울증 환자는 약 6%.남자(약 2%)보다 3배 가량 많다.특히 40세 이후엔 여성호르몬이 감소해 우울증에 더 잘 빠진다 .
우울증 환자의 성호르몬 혈청농도가 낮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 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무력감 등 정신적 스트레스도 우울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폐경이 가까이 오면서 젊음과 성적 매력의 상실에 당황해 하며 우울해 한다.또한 자신의 능력과 야망을 접어두고 자녀의 양육과 가정을 위해 젊음을 바쳤음에도 다 자란 자식들은 독립을 주장하며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른바 ‘빈둥지 증후군’이 시작된다.쉽게 피로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그래서 여성의 우울증은 40대에 가장 많이 생긴다.우울증은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할 질병이며, 치료를 받으면 경과도 좋은 편이다.
대부분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이라는 뇌신경전달물질의 감소가 원인이므로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
초조, 절망감, 허무감, 격정 등이 심하면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자살의 위험성이다.대개 자살은 우울증이 심할 때보다 우울증의 회복기에 많이 나타나므로 우울증이 나아질 때 더 주의해야 한다.나이 든다는 것은 그리 슬픈 일만은 아니다.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즐거움을 누리는 능력을 키우고 즐거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타인을 위한 봉사활동은 훌륭한 우울증 치료제다.
/김혜남·국립서울정신병원 정신과 과장
■ 화병도 무시못할 질병
가슴 답답·소화 장애등 증상 ;기공·요가·유산소운동 효과
화병은 기(기)가 뭉쳐 생기는 질병으로 여성에게 많다.남자는 기가 쉽게 흩어지지만, 여자는 기가 잘 풀어지지 않고 뭉치기 때문이다.증상은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 뭔가 걸린 느낌, 가슴이나 얼굴로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 가슴 두근거림 등이다.또 두통, 불면증, 소화장애와 함께 손발이 차거나, 우울 불안등의 증상도 있다.화병은 기본적으로 장기간 같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생한다.흔히 주부들의 스트레스는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데, 갑작스런 한번의 충격보다는 매일 반복되는 스트레스가 화병이될 확률이 높다.
화병을 이기려면 이를 하나의 질병으로 봐야 한다.
화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 중에는 심한 정신적, 육체적 증상이 있는데도 억지로 참아왔던 사람이 의외로 많다.한의학에서는 화병으로 진단하면, 뭉친 기를 풀어주는 것과 함께 위로 올라간 화를 내리는 약재로 치료한다.
또 뭉친 기의 순환을 자연스럽게 하는 운동요법도 쓴다.기공이나 요가는 기의 순환을 풀어주는 데 많이 사용된다.젊고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적극적인 유산소운동이 좋다.화병은 억울한 감정과 관련된 경우가 많으므로 피해의식을 떨쳐버리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자신의 일에 더 적극적이어야 하며,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도 필요하다.
/김종우·경희대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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