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謙괘에 대하여
▷겸괘는 대유괘의 다음이다. 크게 가진 자는 교만하면 안된다. 그러므로 대유괘의 다음이 겸괘가 된다고 하였다.
●괘상에 대하여
▷땅괘 곤이 위에 있고 산괘 간이 아래에 있다. 산은 높고 커서 땅 위에 있어야 하는 바임에도 땅 아래에 산이 겸손하게 엎드려 있다.
●괘덕에 대하여
▷땅의 괘상은 낮고 밑이 된다. 반면 산은 높고 크면서도 땅의 아래에 엎드려 있으니 양의 숭고한 덕으로 아래에 낮게 처신하는 덕이 겸괘에 있다.
▷안으로 하늘의 마땅한 이치에 그쳐 덕을 쌓음이 굳세고 밖으로 하늘의 이치에 마땅하게 순종함이 매우 낮으면서도 빛난다.
▷건괘 구삼효가 곤괘의 자리로 왔다. 중천건괘 구삼에 보면 군자가 날을 마치도록 힘쓰고 힘쓰면서도 저녁까지도 두려워하면 위태로워 허물이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지금의 겸괘 3효 또한 건괘 3효와 마찬가지로 종일토록 힘쓰고 힘쓰면서도 조금도 그 공로를 자랑하고자 하지 않는다.
○謙, 亨, 君子有終.
겸은 형통하니 군자는 끝마침이 있게 되니라.
▷君子有終-좋은 끝마침이 있다. 혹은 끝까지 겸손함을 지킨다는 등으로 다르게 해석하기도 함.
▷謙 亨-겸손하면 형통하다는 뜻, 겸손함이 형통하다는 뜻 모두에 통한다.
▷謙괘는 구덕 삼진괘 중의 하나이다.
▷하늘의 도는 높으면서도 내려와 힘쓰는 자리에 그쳐 있고 하늘의 마땅한 이치에 순종하는 땅의 도는 위에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낮추어 아래 구삼의 덕을 힘써 쫓는다. 형통하지 않을 리 없다.
○彖曰, 謙, 亨. 天道下濟而光明, 地道卑而上行.
단전에 말하였다. “‘謙亨’은 하늘의 도는 아래로 내려와 빛나고 밝으며 땅의 도는 낮되 위로 행해진다.”
▷天道下濟而光明-하늘의 도는 땅과 사귀어 만물을 실어 기르는 덕을 보여준다. 이것이 하늘의 도는 내려와 빛나고 밝다는 뜻이다.
▷地道卑而上行-땅의 도도 또한 하늘의 도와 마찬가지로 낮으면서도 위로 행해져 만물을 낳아 기르는 덕이 있다.(이는 하늘과 땅의 도가 서로 사귐으로 빛나는 이치에 따른 겸괘의 해석이다.
-반면 괘상으로 보면 땅괘 곤이 위로 올라가 있으면서 자리의 높음을 가리지 않고 하늘의 이치로 그쳐 덕을 기르는 구삼효 양의 덕에 대해 순종한다. 이는 땅의 도가 낮되 위에서 행해지는 겸손함이다.
○天道虧盈而益謙
하늘의 도는 가득찬 것을 이지러지게 하고 겸손한 것에 보태주며,
▷가득차면 이지러진다는 하늘의 도에 대해서는 달과 해의 운행을 보면 알 수 있다.
▷음양의 자라나고 소멸하는 이치는 곧 하늘의 법칙이다.
▷천도의 예는 자연의 법칙을 氣로써 말함이고 지도는 형체로써 귀신은 이치의 측면에서 말했으며 인도는 사람의 정으로써 풀이한 설명이다.
○地道變盈而流謙
땅의 도는 가득찬 것을 변하여 겸손한 데로 흘려주며
▷땅의 도는 가득 차 높은 것은 깎이고 낮은 곳은 흘러 들어 채워진다.
○鬼神害盈而福謙
귀신은 가득찬 것을 해쳐 겸손한 것에 복을 주고
▷神의 개념은 만물이 전개되는 데 있고 鬼는 만물이 소멸되는 개념이다. 이는 음양이 작용하는 조화의 자취이니 차면 덜리므로 해롭다고 할 수 있고 부족하면 채워지므로 복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人道惡盈而好謙
사람의 도는 가득찬 것을 미워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하니,
▷사람은 스스로 가득차 있고 싶어하면서도 남들의 가득차 교만한 모습은 미워하고 겸손함을 좋아함이 한결같은 이치다.
▷여기까지는 천지 자연의 이치로 겸괘의 의미를 견주어 해석하였다.
○謙尊而光, 卑而不可踰, 君子之終也.
겸은 높으면서 빛나고 낮으면서도 넘을 수 없으니 군자의 끝마침이다.
▷땅은 낮은 물건이지만 그 낮은 물건 아래에 높은 산이 엎드려 있으니 이는 높으면서도 빛나는 덕이다.
▷땅은 자리가 높으면서도 마땅한 이치를 높게 여겨 낮은 자리의 구삼을 따르니 이는 높으면서도 빛나는 겸괘의 덕이다.
▷구삼은 아랫괘의 맨 위에 있으니 尊이요, 상괘의 밑에 있으니 천하고 낮은 卑다. 그러나 이처럼 낮으면서도 그 덕의 높음은 넘을 수가 없다.
▷군자는 이와 같은 겸손함으로 끝을 마쳐야 한다.
○象曰, 地中有山, 謙, 君子以裒多益寡, 稱物平施.
상전에 말하였다. “땅 가운데 산이 있는 것이 겸이니, 군자가 보고서 많음을 덜어 적은 데 보태주니 물건을 저울질하여 베풂을 공평하게 하느니라.
▷산은 높으면서도 스스로 마땅한 덕에 그쳐 자기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 겸괘의 상이다.
▷군자는 가득찬 것은 덜리고 높은 것은 반드시 낮아지며 낮은 것은 채워지고 빈 것은 다시 회복되는 하늘의 이치를 본받아 베풂이 공평하고 세상을 다스림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자기를 낮춰 높은 덕을 쌓음은 겸괘의 상이다. 반면 많은 것을 취하여 적은 데 더해주고 높은 것을 덜어내어 공평함에 나아가게 하는 것은 군자가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또 하나의 겸이다.
▷裒多益寡, 稱物平施-원래의 이치를 회복하게 해주는 뜻도 이 구절에는 내포하고 있다. 즉 낮아야 할 것(위의 곤괘)은 낮게 하고 높아야 할 것(아래의 간괘)은 높게 한다.
○初六, 謙謙君子, 用涉大川, 吉.
초육은 겸손하고 겸손한 군자이니, 대천을 건너더라도 길하니라.
▷초육은 지극히 낮은 아래에서 겸손함을 자처하고 있다. 그 처신이 겸손하고 또 겸손한 군자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겸손함으로 매사에 임한다면 대천을 건넘에 있어서도 건너지 못할 까닭이 없다. 매우 길한 형상이다.
○象曰, “謙謙君子”, 卑以自牧也.
상전에 말하였다. 겸손하고 겸손한 군자는 낮음으로써 스스로 기르는 것이다.
▷겸손하고 겸손한 군자라고 함은 지극히 자기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이라고 하였다. 이는 겸괘의 때에 맨 아래 초육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니 군자는 이와 같이 겸손하고 겸손함으로서 자기 자신의 덕을 기른다는 뜻이다.
○六二, 鳴謙, 貞吉.
육이는 겸손함으로써 알려짐이니 바르고 길하다.
▷鳴謙은 겸손한 덕으로 세상을 울린다는 뜻이다.
▷육이는 아래 마땅한 이치에 그쳐 있는 산괘 艮의 중을 얻은 효다. 또 음자리의 음이니 자리도 바르다.
▷이처럼 겸손함의 中正을 얻었다면 자기 자신의 중심에서 덕을 길러 바깥에 나타나 세상을 울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처신의 겸이다.
▷이와 같은 鳴謙이라면 그 끝이 바르고 길하지 않을 수 없다.
▷고형은 울명의 鳴을 명성을 뜻하는 名과 같은 뜻이라고 하였다.
○象曰, “鳴謙貞吉”, 中心得也.
상전에 말하였다. “鳴謙貞吉"은 중심에 얻은 것이다.
○九三, 勞謙, 君子有終, 吉.
구삼은 수고하여 공로가 있으면서도 겸손함이니 군자가 마침을 두어야 길하다.
▷구삼은 양이 양자리에 바르게 위치하고 있다.
▷위로는 육오를 비롯한 땅괘의 절대적인 신임이 있고 아래로는 초육과 육이의 떠받들리는 자리이다. 상하의 다섯 음이 모두 구삼을 신뢰한다.
▷공로가 있으면서도 땅 아래에 몸을 낮춰 극히 겸손하다.
▷구삼은 겸괘의 주효다. 勞謙으로 마침이 있어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勞謙-자기를 낮추어 남을 위해 수고하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는 뜻.
○象曰, 勞謙君子, 萬民服也.
상전에 말하였다. “‘勞謙君子’는 만민이 복종한다.”
▷ 공로가 있으면서도 겸손한 군자라면 이는 두려워할 만한 덕이다.
○六四, 无不利撝謙.
육사는 겸손함을 베풂에 이롭지 않음이 없다.
▷음이 음자리에서 바르게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위로는 겸을 자처하는 군주의 아래이고 아래로는 수고로운 겸의 구삼을 밟고 있다. 따라서 그 자신 나아가고 물러나 행함에 겸손함을 베풀어 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하늘의 마땅한 이치에 순종하는 땅괘 곤의 맨 아래 자리이다. 음이 음자리로 유순하고 또 괘가 겸손하다는 겸괘의 때이다. 이로써 보면 지극히 겸손하지 않을 수 없다.
▷본문의 휘(撝)는 자기를 낮추다. 혹은 높이 올려서 휘두르다는 뜻이니 겸손함을 베풀어 휘두른다는 휘(撝)의 뜻이다.
○象曰, “无不利撝謙”, 不違則也.
▷상전에 말하였다. “‘无不利撝謙’은 법칙을 어기지 않는 것이다.”
▷육사는 지위가 높은 대신 자리이다. 그러나 음자리의 음효로 겸손함을 베풂에 알맞아 법칙을 어기지 않게 되어 있다.
▷자리가 마땅하여 지나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六五, 不富, 以其鄰利用侵伐, 无不利.
육오는 (스스로)부유하지 않고 그 이웃으로써 하니(나누니) 침략함을 쓰더라도 이롭지 않음이 없다.
▷육오는 윗괘의 군주 자리이면서도 겸손하다. 또 땅괘 곤은 만물을 포용하여 싣는 덕이 있다. 그러므로 세상의 부를 군주로서 혼자 독차지하지 않는다(不富). 혹 그 자신 음들의 중심효로서 부유하지 않아도(不富) 이웃에게 베풀려는 마음이 있다.(以其鄰)
▷다만 여러 사람을 거느리는 지도자라면 오로지 겸손함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 복종하지 않는 자는 위엄으로 다스리는 지혜도 필요로 한다.(利用侵伐)
▷윗자리의 겸손함을 얕잡아 보는 무리가 있다면 이는 힘으로 쳐서 다스리더라도 이롭지 않음이 없다. 그만큼 육오의 겸손함은 지극하다.
○象曰, “利用征伐”, 征不服也.
상전에 말하였다. “‘利用征伐을 하더라도 이로움은 복종하지 않는 자를 정벌하는 것이다.”
▷겸손한 덕으로 복종하지 않는 무리는 무력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上六, 鳴謙, 利用行師, 征邑國.
상육은 겸손함이 알려짐이니 군대를 출동하여 읍국을 정벌함이 이롭다.
▷상육은 음이 음자리이므로 지나치게 유순하고, 자리가 겸괘의 맨 위가 되므로 겸손함이 너무 지나치다.
▷또 상육은 윗자리이면서도 지위가 없다.
○象曰, “鳴謙”, 志未得也, “可用行師”, 征邑國也
상전에 말하였다. “‘鳴謙은 뜻을 얻지 못함이니, 군대를 출동하여 읍국을 정벌하여야 한다.”
구덕 삼진괘의 하나인 지산겸괘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덕목의 하나로 겸손함을 꼽는다. 그래서 해당 괘의 내용 중에
“하늘의 법도는 가득 찬 것을 무너뜨려 겸손한 데로 보태주고 땅의 법도는 가득 찬 것을 변해서 겸손한 데로 흐르게 한다. 귀신은 가득 찬 것을 해롭게 하여 화를 주고 겸손함을 복되게 하여 힘을 실어주며 사람의 법도는 가득 찬 것을 미워하고 겸손함을 좋아한다. 겸손이란 높고 빛나며 낮아도 넘지 아니하니, 군자의 마치는 바다. ”
고 하였다.
도덕경에 보면, “왕후는 스스로 孤, 또는 寡라고 칭한다.” 하였으니 이 또한 근본 취지는 주역 본문의 지산겸괘의 뜻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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