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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嘉 山
2020. 6. 14. 06:37
연
글 : 황 정 혜
내 어린 날
새해가 되면
아버지의 손길에서
꼬리면이 뚝딱 태어났지
바람결이 좋은 날
푸룻푸룻 돋아난
싱그런 보리밭을
다다다다 달리면
상쾌한 바람과 한몸되던
팽팽한 연실
꼬리를 흔들며 하늘 향해
솟아오르는 아실아실한 연
하늘은 끝없이 높푸르고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힐 때
연은 멀리서 아스라이 별처럼 깜박거린다
연만 쳐다보고 달리다
언덕 아래로 떨어지던 날
연은 내 품안에서 아직도 파닥거린다
연과 함께한 여러날
하늘을 마음껏 날아오른 기분
온전히 느껴보던 맛
지금도 바람이 불면
내 마음 속에
연을 띄운다